나처럼 승진을 생각하는 교사도 있어
선생님이라는 직업에서의 승진은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다. 같은 공무원이어도 별을 하나씩 달아가는 경찰공원과 불을 달아가는 소방공무원과도 다르다. 부장이 된다고 해서 승진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장은 했다가, 안 할 수도 있는 돌아가면서 하는 정도의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는 근무하는 시간 내내 승진 점수를 쌓아서 바로 교감이 된다. 그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20~25년 정도가 걸리는 시간이기에 애초부터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며 시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20대부터 승진 준비를 했다.
그때는 승진 준비라고 딱히 생각하지 않았고, 수업대회에 많이 나가고 다들 대학원에 다니는 학교 분위기에 발맞춰서 나도 함께 했다. 그렇게 도전하던 내 마음은 어땠는지 기억에 나지 않지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정말 열심히 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최선을 다했으며, 수업대회도 매년 나갔고, 학교를 마치면 대학원에 교사 오케스트라에 쉴 새 없이 다녔다.
어쩌면 그게 내 원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나는 목표가 있어야 야생마처럼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32살에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 승진은커녕 아이가 자꾸 아파서 하루하루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고 목표를 향해 야생마처럼 달린다고 변화를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낳은 몸이 약한 이 아이는 나의 일상을 온통 바치게 했다. 나는 2년을 휴직을 했다.
한동안 영어 전담을 하며 승진을 원하지 않고, 학교 폭력 점수도 필요 없으며, 부장을 할 생각도 없다는 의사를 비추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어울리며 놀았고, 우리 둘째는 아직도 몸이 약하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자라주었다.
2016년 새로 옮긴 학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업대회에 나갔다. 나도 또 야생마처럼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릉드릉해서 수업대회에 도전을 했다. 그 당시 승진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음악 하면 바로 이 사람!' 하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여름방학 내내 하루 만보를 걸으며 어떤 수업을 만들지 생각했다. 수업대회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 부분에 '이 사람 진짜 음악 잘하네!' 하는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바이올린도 꺼내 들고, 피아노도 연주하고, 리코더도 연주하되, 정신없어 보이지 않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수업 대회 날, 심사위원에게 "부산에서 음악교육을 이끄는 미래가 되어달라"는 칭찬을 들었다.
나는 이 칭찬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교생들을 가르치거나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강의를 할 때 이 말을 나도 인용한다. "선생님이 우리 교육의 미래가 되어 주십시오."
수업대회에서 1등을 하고 나서 교육청에서 각종 음악 관련 업무를 맡겼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인정받은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서 정말 즐겁게 일을 했다. 그리고 2017년에 처음으로 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부산교대부설초에 시험을 치게 되었다.
갑자기 부설초로 가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 첫째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학교에 엄마와 함께 다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엄마가 학교를 옮겨줄 수 있냐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진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생각 속에 훅 들어오면서 2018년 부설초에 전입했다.
부설초 생활은 힘든 점이 많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유쾌해서 즐거웠다. 4년을 마치고 지금 돌아보니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좋았던 순간들만 남았다. 그리고 내게는 승진 점수가 가득 쌓였다.
지금 후배들이 승진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는 힘들어서 시작을 하지 마라고 말을 많이 한다.
승진 길은 20~25년을 고생하고도 운이 따라 줘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길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2005년에 발령받았던 학교에는 승진을 준비하시는 선배들이 많았고, 그 영향을 받았다. 2016년에 옮겼던 학교에도 승진을 하시려는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요즘은 승진하려는 후배가 많이 없다. 관리자가 되어서도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관리자를 향해 가야 할 길이 앞으로도 멀어서 몇 년은 더 고생해야 한다.
그래도 혹시, 승진을 후배들에게 권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익숙해지고, 생활이 무료해질 때쯤 열심히 할 수 있는 내 동력이 필요하다면, 승진 점수를 쌓아 보는 것도 좋아. 하지만 승진 점수는 내가 노력한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되는 순간도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
그래서 조바심을 내면서 가면 안돼. 노력하는 그 순간이 즐겁다면 해볼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얼른 그만 뒤야 해. 그리고 선배들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 것 잊지 마.
그리고 승진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거야.
우리가 겪어왔던 것과는 다른 길이 있을 수 있어. 더 멀리 보고 걸어가는 것 잊지 마.
승진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지금 만나고 있는 너희 아이들이란다. 승진을 준비하느라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당장 승진 점수를 챙기는 것을 그만두렴.
내 품에 있는 아이들을 챙기면서 승진으로 달려갈 동력이 있는 사람만이 승진의 자격이 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