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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Dec 09. 2022

곱게 늙고 싶다

급한 성격은 어쩔 거야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조언은 여러 가지가 있다.

"40대를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이들 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 곱게 늙어라"


40대가 되면서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나의 얼굴에 책임을 지고 싶어 많이 웃었다.

웃는 주름이 많이 져서 인상이 좋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광대가 크고 각이 진 얼굴이라 노력해도 무서워 보였다.


나서기를 좋아하고 말이 많은 나는

입을 닫고 지갑을 여는 것이 참 어려워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렇게 조언들을 지키기가 다 어려우니까,

곱게 늙고는 싶었다.

마음을 곱게 쓰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에 손뼉 쳐주고

후배들에게 응원의 말을 던져주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모래에 적어 파도에 쓸려 보내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베푼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잘해준 것은 꼭 기억하려고 했다.

남의 말은 함부로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평가를 하지 않고 싶었다.


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되,

너무 매섭게 질책해서 우울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나 그런 실수는 한다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속상했던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웃고 싶었으며

긍정적으로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곱게 늙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마음이 불같고 성격도 급해서 평온한 날보다 

불타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데

아이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자라고 있고

후배들도 나를 보고 성장하는데

과연 좋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이 40이 넘어도 급한 성격은 그대로이고,

체력은 달리지만, 나는 말도 여전히 많으며

이제 갱년기가 오면 우울해지고 눈물도 많아지겠지.


그래도 곱게 늙고 싶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은 못 되어도

성격이 불같아 함께 하기 싫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며 삶을 꾸려

은은하게 있는 곳에 그냥 연못에 떠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어렵지만 곱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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