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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Feb 04. 2022

글쓰기 두려움 뒤에 달콤한 즐거움

글쓰기 두려움을 글쓰기 9



다른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어떤 두려움을 만날까? 나만 이렇게 세상 쫄면서 살고 있나?  대화 속에서 발견한 두려움 해법에 대해 써봅니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식사하러 가는 길, 매끈한 노란색 스포츠카 한 대가 옆을 지나쳤어요.

“하, 예쁘다. 난 언제 저런 차 타고 드라이브 가보나...”

부러움과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한 직원이 이야기했어요.

    

그 직원은 단순히 차가 없는 게 아니라, 운전면허증이 없었어요. 20대 초반, 운전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갔다가 된통 당한 경험이 있대요.  운전 학원에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운전연수를 받던 어느 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만 부아앙! 엑셀레이터를 밟았다나요.


깜짝 놀라 핸들을 확 꺾었더니, 도로를 벗어나 화단을 넘어가 버렸대요. 선생님은 불같이 소리를 지르고, 부서진 찻값을 물어줬대나. 찰나의 상황이었지만, 아주 슬로 모션처럼 강렬하게 남은 그 기억, 말 못 할 두려움이 되었어요.      


운전면허 따기를 포기한 지 어언 20년,  두려움을 안고 사는 그 직원은 두 번 다시 면허를 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대요. 두려움이 그렇게나 무서운 거였어요.     

출처 pixabay.com

“운전면허 따기 쉬워요! 지금이라도 따세요!”

 “아니요, 지금 이 나이에 내가 면허를 따서 뭘 하겠어요. 필요도 없지 뭐”

 애써 면허를 따지 않는 마음을 다독거려보지만, 아까 지나친 예쁜 스포츠카를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차 타고 드라이브 하나”라는 마음도 남아 있는 거잖아요.     


강렬한 실패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 바로 두려움이었어요.    

 



운전면허가 없던 그 직원은 수영을 참 잘해요. 오랫동안 수영을 취미로 삼았지요.

반면 저는 물 공포증이 있었어요. 수영이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었지요.      


제가 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수영장에 놀러 갔을 때에요. 아이 눈에 비친 넓은 수영장, 그곳에서 엄마를 잃어버렸죠. 앵앵 울면서 엄마를 찾아 돌아다녔어요. 엄마가 수영장에 계신 걸까? 어린 저는 물속에 발을 퐁당 집어넣었습니다. 어른 수영장이 그렇게 깊다는 걸 모른거죠.


갑자기 스르륵,  몸이 물속으로 빠져들었죠, 물이 차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졌어요. 입으로, 코로, 눈으로, 이마까지 꼬르륵.. 어릴 때 기억은 딱 거기까지예요. 물에 빠져서 버둥거렸는지, 기절했는지, 누가 구해줬는지 아무 기억도 없어요.

눈앞에 서서히 차오르는 물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었죠. 강렬한 물 공포증과 함께요     



출처 : pixabay.com

“수영? 지금이라도 해요! 수영 쉬워요!”  그녀가 말했고, 나는 손사래를 쳤지요.

“아니요, 내 평생 다시는 수영할 일 없어요”


이 무슨 공포증 배틀인가요. 각자 마음속에 가진 두려움 고백 타임인가요? 절대로 다시는 발끝에 물 한 방울 묻히고 싶지 않을 만큼 물이 두려워요. 몰래 여유롭게 호텔 수영장에서 멋지게 수영하는 내 모습을 가끔 상상을 하긴 하지만요.     




마음속에 저마다 남모를 두려움 하나씩 가지고 있죠. 그 두려움이 없었다면, 맘껏 누렸을지 모를 짜릿함도 애써 외면하면서요.       

    

저에겐 수영만큼 두려운 게 글쓰기였어요

만약 글을 써서 척척 발행도 잘하고, 돌아서면 글감이 또 떠오르고, 어디서나 노트북을 펼쳐 들고 골똘히 생각하고 한 줄 한 줄 밀어나가듯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 쓰고, 퇴고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을 '남'이 볼까 봐, 아니 ‘흉’ 볼까 봐, 아니 아예 ‘안’ 볼까 봐. 봐도 걱정, 안 봐도 걱정인 이상한 두려움.

글을 쓸 때 굳이 가슴 아픈 기억을 꺼내서 되새기고, 내가 이걸 써야 하나 울기도 하고, 쓰다가 포기하고, 안 쓰겠다고 부르짖고 마는 글쓰기 두려움.


안 쓰니까 못 쓰게 되고, 못 쓰니까 두려움이 더 커지는 악순환. 

그 고리를 끊고 싶어서, ‘글쓰기 두려움을 글 쓰는 자가치료’ 중이에요.     



두려움 뒤에 감춰진 달콤한 즐거움


원래 수영이 그래요. 처음엔, 나도 무서웠거든요. 코에 물 들어가고, 잠수도 무섭고. 그런데 일단 수영장에 들어가서, 물도 먹으면서 막 해보면, 어느 순간 수영이 된다니까! 진, 내 말 믿고 한번 해봐요. 어렵지 않아요


물 무서워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면, 진짜 수영은 평생 해도 좋을 운동이고 취미가 된다니까요"

운전도 그래요. 운전면허 따면 어디든지 평생 맘대로 갈 수 있다니까요

아휴, 운전 무서워요   

  

 마침내 두려움을 이겨내면, 이 좋은 걸 왜 두려워했을까?라고 생각하겠지요. 운전도, 수영도, 글쓰기도요. 처음엔 무섭지만, 하다 보면 된다는 것, 그냥 무식하게 해 보라고 용기를 주네요.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렵지만 해보는 것



두려움을 이긴다는 게 뭘까요? 두려움을 이기려 하지 말고.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두려움을 뚫고,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들어가기로요. 물속으로, 도로 속으로, 글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두려움이 기어이 사라진다는 걸요.  

   

마침내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두려움까지 기어이 씁니다. 글쓰기의 두려움이 1%라도 사라지길 바랍니다.


오늘도 글 속으로 뛰어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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