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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Feb 26. 2023

[피자진심 11] 피자글 써서 대학 합격을?

피자를 좋아하면 벌어지는 일



피자를 좋아해서 피자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피자 이야기에 반짝 귀를 기울인다. 미국에서 피자 에세이를 써 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은 피자를 주문하는 일'이라는 솔직한 글을 쓴 한 여고생이 명문대인 예일대학교 합격을 했다는 것.


그 주인공은 테네시 주 브랜트우드의 레이븐우드 고교 12년생인 '캐롤리나 윌리엄스'다. 그녀는 예일대 입학원서에서 '당신이 가장 하기 좋아하는 일을 200 단어의 짧은 글로 쓰라'는 에세이 문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피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파파존스에 피자 주문하기'를 주제로 한 편의 에세이를 썼다.


자료출처 : 더 테네시언 


'집 대문에서 따뜻한 피자 상자를 받아 드는 것은 둘째다. 8개 조각으로 이뤄진 평범한 무엇이 나에게 독립심, 위로, 즐거움을 불러일으켜주기 때문에 난 피자 주문을 좋아한다.라고 썼다.


예일대 입학사정관은 '피자를 사랑하는 동지로서, 귀하의 글을 읽고 크게 웃은 후 나 또한 피자를 주문했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합격을 했다.





구체적인 건 “Write about something that you love to do”였고 에세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문) “The sound of my doorbell starts off high, then the pitch mellows out, and the whole effect mimics an instrumental interpretation of rain finally finding a steady pace at which to fall. I have spent several minutes analyzing its tone because I have had many opportunities to do so, as one thing I love to do is order pizza and have it delivered to my house.


When the delivery person rings my doorbell, I instantly morph into one of Pavlov’s dogs, salivating to the sound that signals the arrival of the cheesy, circular glory. It smells like celebration, as I love to rejoice a happy occasion by calling Papa John’s for my favorite food. It tastes like comfort, since having pizza delivered to my quiet home is a way for me to unwind.


It looks like self-sufficiency, because when I was young, ordering pizza made me feel grown-up, and it still provides that satisfaction for my child at heart. Accepting those warm cardboard boxes is second nature to me, but I will always love ordering pizza because of the way eight slices of something so ordinary are able to evoke feelings of independence, consolation, and joy.”





(해석) 초인종소리가 부드럽게 울리면 마치 악기 소리 같은 기분이 든다. 난 피자를 주문해서 집으로 배달시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를 몇 분 동안 기다렸다.


배달원이 초인종을 누르자 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저렴하고 동그란 기쁨이 도착한 것을 알리는 소리에 침을 흘린다. 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파파존스에 전화해 행복한 이벤트를 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집으로 피자를 배달하면 긴장이 풀리고 편안한 맛이 난다.


어렸을 때 피자를 주문하면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만족스럽다. 집 대문에서 따뜻한 피자 상자를 받아 드는 기쁨은 둘째다. 8개 조각으로 이뤄진 평범한 무엇이 나에게 독립심, 위로, 즐거움을 불러일으켜주기 때문에 난 피자 주문을 좋아한다.





그녀가 단순히 피자 에세이를 써서 예일대에 합격한 것은 아니다. 우수한 성적과 교내 활동 경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진심으로 피자를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 에세이가 그녀에게 솔직한 매력을 더한 것이다. 아쉽지만 윌리엄스는 예일대가 아닌 장학금을 주는 엘라배마주 오번대에 가기로 했단다. 피자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녀가 어떤 대학에 가든 솔직한 매력과 실력을 뽐내며 멋지게 자기 삶을 살아 내리라 믿는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기쁘다. 나도 윌리엄스처럼 피자 조각마다 독립심, 위로, 즐거움, 사회생활, 리더, 실수, 동심, 이별 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피자가 좋다. 




자신을 소개할 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망설일 때가 있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아닌,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소개하면, 모르던 사람도 단숨에 친근감이 든다. 좋아하는 취향이 겹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려면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봐야 한다. 


일상에 치여 나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 나는 왜 피자를 좋아하게 되었나, 그 피자를 누구와 먹었나,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하나씩 떠올리며 나를 더 알아가고 있다.



피자를 좋아하는 게 뭐 대수라고? 세상에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피자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하지만 내가 먹어본 피자는 나만의 이야기다. 내가 함께했던 사람 이야기, 내가 가본 피자가게 이야기를 하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다. 피자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거듭 떠올려본다. 그럼 수시로 행복하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피자는 나에게 
스스로를 아껴주고 돌아보는
  ‘자기 돌봄’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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