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01
"가끔 물만 주면 돼요."
키우기 쉬운 식물이나 화초를 판매하거나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장점이라고 소개하는 말이다.
그 말이 어쩐지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누군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끔 물만 주면 알아서 살아갈테니,
관심이나 애정, 걱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신경 안 써도 되는 존재라고...
그럴 바엔 왜 키우는 거지?
제 이쁜 것만 눈에 담으려고... 정말 이기적이네.
누구나 그런 화초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고 싶을 것이다.
나부터 누군가를 그런 화초 취급하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이 말을 하자마자 떠오르는 한 사람, 바로 엄마...
난 평생 엄마를 그런 화초 취급했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살아남으며 날 귀찮거나 염려하지 않게 해 준 존재...
온통 딴 데 신경 쓰고 살아도 늘 내 옆을 묵묵히 지켜준, 내 보기에 좋을 때만 눈에 띠어 준 존재...
어떻게 다 갚을까, 지독한 채무관계... 끝날 때까지 끝낼 수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