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네팔_01
네팔하면 히말라야, 히말라야 하면 트레킹...
네팔을 여행하는 이들의 9할 이상의 목적은 트레킹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1할에 속하는 이로서, 산을 딱히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년에 한 두 번 산에 갈까 말까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왕' 네팔에 왔으니 트레킹은 반드시 해야하는...
내게는 선택이면서도 필수 같은 코스이다.
일단 챙길 수 있는 등산용품은 다 챙겨보고 필요한 건 대강 당근에서 구비했다.
한번 쓰고 버리고 올 생각이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요즘 핫하다는 트레킹 코스인 '마르디히말' 만을 정해놓고 일단 와버렸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넘어와 한인 게스트하우스이자 한식당인 '윈드폴(대부분의 한국 여행객들이 거쳐가는 포카라의 허브 같은 존재)' 을 기웃거린다.
혼자 가는 트래킹이기에 최소한 가이드 겸 포터는 검증된 이가 필요하다.
한국인 여행자가 너무 많고 나 말고도 문의와 부탁이 미어지는데 정해진 날짜도 없어, 조건도 명확하지 않아...
내가 생각해도 답이 없어 쭈뼛거리다 밥만 먹고 나와버린다.
'아, 귀찮네. 트레킹 걍 건너 뛰어?' 라는 유혹까지...
(그럴 리 없었겠지만 하마터면 땅을 치고, 가슴도 치고 후회할 일!)
그렇게 숙제처럼 미뤄두고 일단 방부터 구하기로 한다.
한국에서 봐둔 두어 군데 중 가장 고급진 곳, 당연히 가장 비싼... 그곳을 처음으로 둘러본다.
여러 형태의 방 중 역시나 가장 비싼 방이 가장 맘에 든다. (뼛속까지 자본주의의 노예)
더 볼 것도 없이 계약을 하려니 투숙객이 있어 며칠 후에나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그럼 그 사이 트레킹을 가는 거야!
급해진다. 다시 윈드폴에 SOS 를 친다.
다행히 당장 떠날 수 있는 가이드가 있으니 미팅을 오라고 하신다.
가니까 또래의 한 여자 분을 소개한다. 역시 혼자 온 여행객, 나와 같은 코스를 가게 될 거라고...
가기 전부터 나 나름 동행자 이슈가 많았는데, 결국 '극적인 동행자' 를 만난 거다.
낯설지만 보자마자 진심의 함박웃음이 서로를 향해 폭죽처럼 터져댄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우리는 싱글이지만 용감하고 독립적이며 멋진 여자들이란 걸...
하지만 조금은 외로울 뻔 했다는 걸...
그래서 내적 안도감과 기대감이 뿜뿜했다는 걸...
그렇게 나는 뜻밖의 동행자를 만났다.
우리는 내일부터 '마르디히말' 을 오를 것이다. (2025. 1. 1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