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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Feb 26. 2024

위로가 필요할 땐, 카모메 식당.

영화<카모메 식당> 2007년작.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

 영어 company회사를 의미한다. 또한 친구, 일행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com은 함께, pany은 빵을 의미한 까닭이다. 이 둘을 조합해보면 함께 빵을 사이가 친구란 말. 같이 음식을 먹고 일하면서 형성된 유대감이 인간 관계 바탕이라는 말이.    

 

 이제 혼밥은 흔한 식사 풍경이지만 예전에는 처량함 자체였. 혼자만의 밥상도 나쁠 거야 없지만, 친한 이들과의 즐거운 식사 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각박한 하루일지라도 웃으며 한 끼의 음식을 나눈다면 행복이 입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러한 위로와 평안을 스크린에 담고 있는 <카모메 식당>. 2007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다. 


  나는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가케무사>와 같은 역사물과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선호한다.  일상의 작은 것을 잔잔히 풀어내는 <리틀 포레스트>, <굿바이>와 같은 영화도 좋아한. 일본영화는 매력적인 슬로 무비가 많다. <카모메 식당>도 그렇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는 긴박한 호흡이나 인물 간의 극적 긴장감이 없다. 카메라 앵글은 인물 표정과 행동을 담담하게 전할 뿐이다. 때론 당황스러운 내용 전개로 시청자들의 사유를 유도한다.  


  <카모메 식당>을 찾는 손님은 식구가 되고, 메뉴는 집밥이 된다. 식탁에 둘러앉아 따끈한 국물과 밥을 먹으면서 두런두런 대화를 하는 장면은 행복한 풍경이다. 식구란 이같은 작은 일상이 모여 형성되는 관계.  종족 중심 혈연이 가족이라면 식구는 생활 공동체라 할 수 있. 또한 식구들이 나누는 집밥에는 엄마의 손길과 정이 들어있다. 식판을 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구내식당에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맛이다.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허기를 채우는 곳 말이죠”     


 무급 종업원 미도리가 식당 광고를 내자는 제안에 사치에가 답한 말이. 사치에<카모메 식당>의 사장이다. 그녀고요하고 평정심을 잃은 법이 없. 개업 후, 한 달이 넘도록 텅 빈 식당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능력자다.

 식당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는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가 있다. 약간 고급진 느낌이 레스토랑이라면 카페테리아는 간단히 먹는 분식점에 가깝다. 하지만 카모메 식당은 이런 들과 다른 분위기가 있. 이를테면 환대의 공간 다이닝룸(dining room)에 가깝다고나 할까? 흔히 말하는 동네 단골 식당 말이다.  

   

 형편에 따라 먹는 편인 나는 단골 식당이랄께 없다. 생각해보니 한 십여 년쯤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가끔 찾던 곳이 있었. <장작 패야 밥묵제>라는 정겨운 국밥집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스타벅스>가 그곳을 점령해 버렸다.  내 유일한 단골식당은 한미모 한다는 후처에게 쫓겨난 본처 신세가 되고 말았.      


 비록 자주 찾지는 못하지소개하고 싶은 식당이 있다.  광주 촌놈인 내가 어쩌다 서울에 갈때면 들리는 식당이.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리면 창덕궁 인근에 비원칼국수라는 식당이 있다. 이곳은 사치에 같은 주인 여사장환한 미소와, 걸쭉한 칼국수 그리고 푸짐한 부추 반찬이 일품이다. 식당한옥 풍경도 정겨운데, 늘 손님들로 북쩍인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에도 소개되었.  

   

 <카모메 식당>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다. 억센 외모와 달리 소심한 여행객 '미도리', 오랜 부모 병수발에 지쳐 무턱대고 행복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핀란드를 찾아온 '마사코', 남편이 떠나자 술에 절여 사는 핀란드 여인 '리사'. 카모메 식당에 커피머신을 훔치려 했던 남성 등. 방황, 좌절에 찌든 이들이 우연찮게 들리는 곳이 카모메 식당이다.     


 식당 주인 '사치에'는 품이 넓은 낙장장송 같은 여인이다. 걋차맨 노래가 인연이 됨 미도리를 서슴없이 초대하고, 첫 손님이란 이유로 토미를 매일 공짜 커피로 환대한다. 공항에서 가방을 분실해서 핀란드를 떠나지 못하는 마사코도 기꺼이 껴안는다. 남편과 헤어진 핀란드 여인과 사업에 실패한 핀란드 중년 사내까지. 이들이 식탁에 모여 앉아 오니기리를 먹다보면 위로와 함께 미소를 짓게되게 된.     


  행복한 식당 카모메는 영화 속 배경 핀란드와 닮아있다. 핀란드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복지 천국이라 불린다. 통신회사 노키아, 교향시 핀란디와와 시벨리우스, 자작나무와 자일리톨 껌이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아 3국 가운데 하나다. 핀란드는 북유럽의 여유로운 풍광이 들어있는 한 폭의 유화 같은 나라다.


 또한 핀란드는 ‘부인 업고 달리기 대회’, ‘에어 기타 연주 흉내 대회’,‘사우나 오래 참기 대회’ 등이 열리는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나라다. 왠지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어울릴 것 같은 곳. 수줍게 웃고 다니는 시민들이 많을 것은 나라다. 핀란드는 아늑한 봄바람을 닮은 곳이다.


 “오니기리, 고향의 맛이죠. 일 년에 딱 두 번 아빠가 주먹밥(오니기리)을 만들어 주셨죠.”  

   

 카모메 식당 메뉴에는 연어구이, 돈가스. 시나몬빵, 커피 등이지만 단연 주먹밥 오니기리가 대표음식이다. 사치에는 오니기리에서  자신을 홀로  키웠던 아빠의 정을 느낀다. 흰밥에 소박한 식재료 넣은 후, 김으로 감싸 만드는 주먹밥. 우리의 김밥과도 닮아있다.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가는 우리의 김밥에 비해, 오니기리는 매실 정도만 들어가는 간편식이.      


 오니기리는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소울푸드라고 한다. 소울푸드란 음식(food)과 정신(soul)이 하모니를 이루는 음식을 말한다. 영혼의 음식인 소울푸드. 내 경우엔 따끈한 두부찌개가 소울푸드다. 울적했던 기분맵고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찌개를 영접하면 풀리곤 한다.


 소소한 일상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영화 <카모메 식당>*. 평범함의 행복을 보여주려는 감독 오기나미 나오코의 고운 시선이 아름답다. 탁한 영혼을 씻어내고 싶다면 우리의 카모메 식당을 찾아가보길 권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에 자전거가 들어와서 어서 타라고 손짓할 것이다.


 *핀란드에 가면 실제 카모메 식당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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