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와 메테르. 우리 세대에게는 캔디나 마징가 Z만큼 익숙한 이름이다. 매주일요일 아침이면 동심은 은하철도 999에 탑승하고서 우주여행을 떠났다. 엄마를 찾아야 하는 철이와 미스 관세음보살 메테르와 함께.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의 뿌리는 미야자와 겐지의 환상 은하계 여행록 '은하철도의 밤'에 닿아있다. 1933년 9월 21일. 37살 이른 나이에 피를 쏟은 채 우주로 떠나버린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동화 작가이자 시인이며 농촌계몽의 선각자였다. 국내에는 그의 시집 『봄날과 아수라』가 나와 있다.
미야자와 겐지가 쓴 '비에도 지지 않고'는 그가 결핵에 신음하던 병상에서 쓴 작품이다. 이 시는 인간의 도리, 언행일치의 이상적인 인간을 그리고 있다.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 아닌 하늘 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살고자 하는 미야자와 겐지의 소망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부잣집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고자 했던 그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하여 집안에서 쫓겨났고농민을 위한 헌신도 실패했다. 불우한 인생이었다. 농민들마저 그를 비웃었으며 자비로 출판한 동화책과 시집은 단 5권만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높다. 지난 천년 간 일본 문학을 빛낸 작가 가운데 4위라고 한다(1위는 '도련님'의 나쓰메 소세키, 9위가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 비록 비루한 땅에 발을딛고서 한없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지만,마음의 눈은 우주를 응시했던 미야자와 겐지. 그는 동양의 생떽쥐베리였다.
최근 그의 문장을 발췌한 『미야자와 겐지의 문장들』 신간소식은폭염에 만난 청량한 바람처럼 반갑다.찬연한별빛이열기에 찌든대지를위로하는8월의 저녁.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