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우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포장을 풀어 보니 잠자는 요셉 성인상이었다. 수더분한 요셉이 머리를 짐보따리에 눕힌 채 곤히 잠들고 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하고 일러 주었다.(마태오 1:20~21)-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약혼녀 마리아의 임신, 노총각 요셉이 받았을 충격이 짐작된다. 반려자가 될 여인의 부정한 행위에 크게 낙담했으리라. 당시 유대 사회에서 부정한 여인의 운명은 오직 죽음이다. 하지만 요셉은 이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홀로 파혼하기 마음먹었노라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혼란과 번민에 잠든 요셉에게 천사가 마리아의 임신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 꿈에서 깬 요셉은 깨달았다.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가야 할 순명의 길을... 요셉의 꿈은 예수 탄생 후에도 이어진다. 가장이 된 요셉은 꿈의 계시에 따라 식솔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한다. 타국에서의 불안한 난민 생활 속에도 요셉은 하느님의 뜻에 따를 뿐이다.
성서에는 꿈에 대한 내용이 많다. 야곱의 사다리로 알려진 야곱의 꿈이나 파라오의 꿈을 풀이한 요셉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느낌과 체험 그리고 꿈으로 말을 건네신다. 그래서 어떤 이는 꿈을 영혼의 언어라 한다.
우리는 매일꿈을 꾼다. 가끔은 예지몽이라 불리는 신통한 꿈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꿈은 무의식 세계가 만들어낸 영상인 까닭에 허망한 에고의 장난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예지몽이라 믿고서호들갑을 떨었다.가족들에게 어찌나 민망하던지.
고민이 많을 때면, 꿈자리도 뒤숭숭하기 마련이다. 답답한 현실에 길이 보이지 않으면 요셉처럼 꿈에서라도 하느님의 응답을 듣고 싶어 진다. 희망어린 길몽을 기대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의 소음과 거리를 두고 하느님의 섭리를 삶의 잣대로 삼이야한다.‘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으니, 산란한 감정까지 그분께 맡긴다면 눈 맑은 해몽의 비법을 알려주리라.
눈 내리는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잠자는 요셉 성인상에 손을 얹어본다. 포근히 잠든 성인의 얼굴을 보면서 기도를 드린다. “주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소서.”라고. 자 ~ 이제 꿈의 메트릭스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