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면 식기세척기를 추천합니다.
불과 올해 봄까지만 해도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위해서 식기세척기를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식기세척기를 추천하게 되다니? 이미 이전에 쓴 글에서도 식기세척기는 필요치 않다고 말했었다. 큰 가전제품을 들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모든 가전제품은 관리가 필요하고 그 관리로 인해 더 수고스러워진다면 오히려 독이 되는 소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기는 또 얼마나 큰가? 한번 자리 잡으면 이동이 쉽지 않고, 가뜩이나 수납공간이 별로 없는 좁은 주방이 더 비좁아질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로 계속 식기세척기를 반대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구매한 이유는 신랑 덕분(?)이다. 설거지 때문에 손에 습진이 생긴 나를 걱정한 신랑이 생일선물로 사줬다. 습진 때문에 손이 가려워서 잠을 못 이뤘던 날들이 많아져서 식기세척기를 들여야 하나 신중하게 고민하던 차였다. 현재 식기세척기를 사용한 지 두 달이 좀 넘었는데, 습진도 거의 없어졌으며, 숟가락 하나조차 내 손으로 설거지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가전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리할 때 조리도구 사용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로워졌고, 자기 전에 밀린 설거지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사라졌으며, 주말이 더 여유로워졌다.
우리 집 주방은 같은 평수 아파트의 주방보다 작게 만들었다. 싱크대를 최대한 작게 제작했는데, 그래서 식기세척기를 설치할 공간이 마땅히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해야 한단 말인가! 한참 고민한 끝에 그릇을 보관한 서랍 자리에 식기세척기를 넣기로 했다. 그러면 그릇들을 보관할 수납장이 필요한데, 더 이상 수납장을 들이기 싫어서 한참 머리를 썼다.
그러다 생각한 공간이 바로 이 개수대 하부장! 하부장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비우고 그릇을 넣기로 했다. 원래 그릇이 많지 않아서 하부장에 충분히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처음부터 하부장은 비운채로 사용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괜히 쓰지 않는 짐들을 보관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한다면 사실 수납공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자주 쓰는 물건들은 정해져 있고,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싱크대의 높이는 내 키에 맞춰 제작하느라 평균 사이즈보다 높기 때문에 식기세척기 하부의 걸레받이의 높이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걸레받이를 따로 제작해서 가리려고 했는데 살다 보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서 아직까지 그냥 살고 있다. 우리 집 싱크대랑 색상이 99% 일치해서 마치 세트인듯한 느낌마저 드는 식기세척기.
예전에는 설거지를 하고 그릇들을 건조하기 위해서 싱크대 위에 둔 식기 건조대에 엎어놨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식기세척기 안에서 세척과 건조까지 완벽하게 끝내기 때문에 사용 후 바로 그릇을 정리해주면 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미니멀한 주방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미니멀하기 살기 위해 식기세척기를 들이지 않았었는데, 들이고 보니 예전보다 더 미니멀하게 주방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하루에 한두 번은 정말 꼭 사용하게 되는 식기세척기. 덕분에 습진도 사라졌고, 수고스러움도 없어졌으며, 깨끗한 주방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가전제품이 날이 갈수록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턱대고 구매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의 삶에 맞는 소비인지 신중하게 거듭 생각하고 구매하면 분명 후회 없는 소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