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아픈 게 뭐죠?"
건강 하나는 자부했던 나.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었던 과거의 나였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니 몸이 하나 둘 괜찮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픈 사람들은 매사에 조심하여 건강을 더 챙기지만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다는 자부심으로 건강에 관심을 덜 가지거나 반대로 더 신경 써서 병의 근원은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전자의 경우였다. 아이를 키우며 나보단 아이를 우선시하며 살다 보니 내 몸이 조금씩 망가지는 것도 몰랐다.
아이가 유아기 때는 치과에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잇몸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꾸준히 검진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가 다섯 살이 넘어 첫 기관에 보내게 되었고 그때 5년 만에 스케일링도 받았다. 잇몸이 좋지 않으니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바쁜 일상(정확하게는 마음이 바쁜)에 그러한 진단은 잊혀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잇몸뼈가 녹아버리는 지경까지... 결국 임플란트를 하게 되었다. 가볍게 스케일링하러 간 치과에서 '발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믿기지가 않아서 다른 치과 여러 군데를 돌며 검진을 했고 결과는 똑같았다.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잇몸 건강. 건강 위험 신호가 이것뿐이었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1년 전 여름,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검은 실이 눈앞에 보였다. 처음엔 금방 사라질 줄 알았는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고 다음날에도 여전히 보였다. 그제야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비문증'이라고 자가판단을 내리고 안과를 찾았다. 안과에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니 비문증이 맞았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기도 한다는 말에 안도를 했다. 안구가 노화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말과 함께.
정말 생각지도 않고 살았던 '노화'
나도 이제 늙고 있었다. 젊고 건강하고 생기 있던 청춘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나는 지금도 내가 어른인가 싶을 때가 많은데 어른을 지나서 '노화'의 증상이 있다니. 그동안 건강에 너무 소홀했구나 싶어서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달리기였다. 사실 달리기를 위해 공원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왔는데 자주 하지 못하긴 했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2~3번씩은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비문증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달리기 덕분인지, 루테인이나 눈찜질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도 없다.
잇몸이 좋지 않았을 때는 원형 탈모까지 있었다. 피부가 안 좋아져서 난생처음 피부과도 갔었다. 이러한 징조들이 나타나니 서서히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평생 병원을 모르고 살았던 내가, 병원에 갈 일이 왜 이렇게 많아지는지.
자잘한 증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니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아보기로 결심을 했다. 예전엔 검진받아봤자 문제가 없을 텐데 괜히 시간과 돈만 쓰는 거라 생각해서 받지 않았다면, 이제는 어떤 병이 있을지 두려워서 검진받지 못하고 살았던 것에 가까웠다. 두려운 마음을 계속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흔이 되기 전, 건강한 40대를 준비하기 위해 받아보기로 결심을 했다.
까짓 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