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옷장
*이 글에서 말하는 ‘운동복’이란 흔히 말하는 늘어진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를 뜻합니다. 러닝 할 때만 입는 러닝복은 따로 있습니다.
언제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려고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좁은 집에 가득 찬 물건을 보고 숨이 막혀서 그랬는지, 짐더미에 쌓여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해서 그랬는지…
아무튼 그렇게 서서히 물건을 비우고 ‘덜’ 채우며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에 가까운 미니멀라이프를 꾸준히 실천하는 중이다. 아직도 내 기준에서는 멀었다 싶었지만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더 홀가분한 일상을 사는 건 사실이다.
물건을 살 때는 당장의 필요보다 ‘보관’과 ‘관리’ 그리고 비움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해서 내가 감당할만한 물건일 경우에만 들인다. 특히 옷을 살 때는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면 안 된다. 과거의 옷은 그대로 과거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미래에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미리 구매한 옷은 구매 자체를 잊어버려서 비슷한 옷을 다시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옷은 반드시 ‘지금’ 잘 입게 될 옷을 사서 많이 입고 비우는 게 원칙이다. 자주 입지 않는 옷을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큰 낭비다. 그래서 나는 이 옷차림으로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싶은 옷을 사서 매일 입는다. 아이 학교에도, 결혼식장에도, 가족행사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평소에도 입는다. 그 옷을 입고 마트에 가고 동네 카페에도 가고 친구도 만난다. 그래서 편하면서도 갖춰 입은 느낌이 나는 옷을 선호한다. 여름에는 리넨 바지에 셔츠가 딱이다. 시원하고 편하지만 차려입은 느낌이 난다. 다른 계절에는 대부분 청바지를 입는다. 청바지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지일 것이다. 오래 입을 수 있고, 모든 상의에 잘 어울리며 사계절 내내 입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옷이니까 말이다.
미니멀하게 옷을 입고 싶다면, 화려한 색상보다는 단조로운 색상의 옷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모든 하의에 잘 어울리는 상의, 모든 상의에 잘 어울리는 하의를 구매해야 모든 옷을 자주 잘 꺼내 입는다. 그래서 화이트 셔츠와 청바지는 정말 잘 입게 되는 옷이다. 여름에는 약간의 색이 들어간 옷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짙은 갈색, 연한 베이지, 상큼한 연두색, 시원한 하늘색은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색상들이다. 패션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모한 도전대신 무난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선택해서 유행과 상관없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이다.
단순히 옷장의 옷가짓수를 줄이기 위해 운동복을 입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 몸매 관리 등을 위한 것도 있다. 흰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맵시 있어 보이는 몸을 갖추면 옷장도 미니멀해지기 쉽다.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꾸 옷을 사게 되니까 말이다.(나의 경험담이다) 그러므로 미니멀한 옷장을 갖고 싶다면 운동과 식단은 필수이다.
집의 물건만 줄인다고 미니멀라이프를 잘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나를 사랑하고 나에 대해 잘 알아가는 현명함과 애정이 다 내포되어 있어야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물론 나도 아직 그 ‘과정’에 놓여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때를 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