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Interlude - 조용한 무게들을 향해

by Hyunseok YOON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2부 - 조용한 무게들

7. 결핍이라는 출발선
8.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9.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11. 존재는 때로 아주 작고 조용하게 지나간다
12. 무응답이라는 대화

Interlude - 조용한 무게들을 향해









다시 여섯 개의 노트를 지나왔다. 이번엔 말보다 더 느리고, 감정보다 더 조용하며, 설명보다 더 많은 여백을 품은 글들이었다. 그 안에는 결핍과 갈망,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 침묵과 응시, 작고 조용한 존재의 흔적들이 천천히 쌓여 있었다.


나는 결핍에서 출발했다. 어릴 적부터 채워지지 않았던 어떤 마음, 말로 닿지 않았던 어떤 거리… 그 빈자리 앞에 멈춰 서고, 그 자리를 덮을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무엇이 없는가’ 라는 질문을 반복해왔다.


말은 종종 부족했고, 감정은 자주 흘렀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공기, 손끝, 눈빛, 빛의 각도 같은 것들… 그 말없는 감각들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전해졌고, 나는 작업 속에서도 그 감각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의 결… 그 모호하고 흐릿한 감정들은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 나는 이제 그것들을 밀어내지 않는다. 말로 붙잡지 못해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나를 이루고 있다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


응시와 침묵은 여전히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눈빛 하나, 말 없는 틈, 침묵의 결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쩌면 존재란 큰 목소리로 증명되기보다는 아주 작고 조용하게 스며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짧게 머물렀지만 오래 흔들렸던 존재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했던 시간들… 그 안에서 나는 기억보다 감각을 더 믿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무응답이라는 말 없는 대화를 마주했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꼭 무관심은 아니며, 그 침묵이야말로 더 조심스럽고 더 깊은 응답일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속에서, 오해와 갈등 속에서, 그리고 말없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이번 여섯 개의 노트는 말로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을 말하려는 시도였다. 조용한 감정들, 흐릿한 장면들, 말 없는 이해와 기억의 결… 그 모든 것들이 작업의 언어로 바뀌기까지, 나는 다시 한 번 내 안을 천천히 걸어야 했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로 머무르고,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는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는 사이, 나는 말하지 않고도 조금씩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