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7. 결핍이라는 출발선

by Hyunseok YOON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2부 - 조용한 무게들

7. 결핍이라는 출발선
8.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9.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11. 존재는 때로 아주 작고 조용하게 지나간다
12. 무응답이라는 대화

Interlude - 조용한 무게들을 향해





7. 결핍이라는 출발선








나는 종종, 내가 무언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 부족함은 단순히 재능이나 실력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 속에서, 말 속에서, 표정 속에서조차 나는 늘 뭔가를 놓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늘 컸던 아이였다.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그 바쁜 삶 속에서도 분명 나를 사랑해주셨겠지만, 어린 나는 그것을 온전히 느낄 줄 몰랐다. 대신, 그 자리에 조용한 갈망만이 남아 자라났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늘 당연한 전제처럼 따라붙었고, 그 기대 속에서 나는 점점 공부와도 멀어졌다. 사랑은 성취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증명에서 자주 멈춰 선 채 혼자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렇게 나는 늘 마음 어딘가가 허전했고, 그 허전함은 자주 나를 멈춰 서게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결핍에서 출발하는 사람이다. 무언가가 비어 있다는 감각, 어딘가에 닿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로 하여금 자꾸 무언가를 만들게 한다.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무엇이 없는가’부터 묻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단어로도, 이미지로도 다 닿지 않는 어떤 감정을 조심스레 얹는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그 빈자리를 그저 바라보고,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그 빈자리를 그냥 둘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 부족함을 가리려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채우려 애쓴다. 들키지 않도록, 보이지 않도록. 그래서 자꾸 무언가를 만든다. 어딘가 비어 있는 감정을 무엇으로든 메워보려는 불안과 강박. 마치 그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더 무서울 때처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빈 공간을 그냥 두는 일은 나에겐 늘 두려움에 가까웠다.









결핍은 내게 늘 불안으로 다가오지만, 또 동시에, 가장 정직한 출발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완벽한 것보다는, 무언가 결여된 것에 마음이 더 오래 머무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 나는 완성된 것보다 조금은 삐뚤고 느슨한 것에 더 마음이 간다.









그렇지만 그 감정은 때로 나를 작고 초라하게 만든다. 왜 이렇게까지 불안해할까, 왜 늘 부족하다고 느낄까. 그 질문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맴돌고, 나는 그때마다 생각한다. 이 모든 감정의 시작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그 갈망은 언제나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종종 나 자신조차도 놓치곤 한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갈망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조금 더 이해받고 싶은 마음. 조금 더 연결되고 싶은 마음. 조금 더 내 감정이 세상 어딘가에 닿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 바람은 너무 작고 조용해서 종종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내가 만든 것들 속에는 그 조용한 갈망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그 부족함 위에 무언가를 조심스레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작업이 되는 것 같다.









결핍은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또한 나를 계속해서 나아가게 만든다. 결국 나는 그 부족함에서 출발해, 나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