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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Jan 16. 2023

통나무 피자집


피자집이 있습니다.

옆으로는 조그만 강이 흐르고, 입구에는 장작들이 반듯하게 쌓여 있습니다.

언젠가 근처의 캠핑장에서 장작이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빈 곳에 텐트만 치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캠핑장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습니다. 삼겹살을 먹어야 했던 우리는 장작이 꼭 필요했습니다. 이곳에 와서 팔 수 없다던 장작들을 보며, 군침을 삼킨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늘, 편한 대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파란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아파트는 파란 아파트라 부르고, 시내에 있는 두 곳의 광장은 윗 광장, 아랫 광장이라고 해 버립니다.

이곳 또한 엄연히 브로드(BROD)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우리끼리는 통나무피자집이라고 부릅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같은 곳이라서요.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메뉴는 세 가지입니다. 멕시칸, 풍기, 마르게리타 버로 피자입니다.

멕시칸 피자는 햄과 옥수수, 베이컨, 매운 고추, 칠리오일과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는 생크림과 강낭콩이 올려져 있습니다.

풍기피자는 양송이버섯을 얇게 저며 가득 채워 놓습니다.

마르게리타 버팔로 피자는 기본피자인 마르게리타 위에 이탈리아 버팔로 치즈가 전부입니다. 혹시나 심심할까, 앞에 있는 화분에서 바질잎 몇 장을 똑똑  떼서 올려놓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은은한 열기로 채워지면, 발효된 반죽을 넣습니다. 반죽들은 뽁뽁이처럼 통통 튀다가, 서서히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널찍한 삽으로 도로 꺼내어집니다. 발효된 쫄깃쫄깃한 얇은 피자빵이 구수하게 입안에 감돕니다. 회색 재가 묻어있으면 털어서 먹고, 까맣게 탄 부분은 떼어내고 먹습니다. 떼어낸 피자빵들을 아이들에게 쥐여주면, 오리들 한참을 아지경에 빠져있다 옵니다.
이곳을 즐겨 다닌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두 판은 부족하고, 네 판 이상은 시켜야 합니다. 그새 가격은 7,8유로로 두 배 이상 올랐고요. 얇은 종이박스에 은박지 하나 깔아주는 포장은 여전지만요.

어느 여름날, 친구 가족과 이름이 "오래된 성"에 다녀오다 소낙비를 쫄딱 맞은 적이 있습니다. 금세 강물이 불어날 만큼 무서운 빗줄기였습니다. 추위에 떨다, 피자 화덕의 온기에 노곤해졌습니다. 특히, 그날은 말간 막걸리빛처럼 잘 구워진 피자가 만들어지는 대로 속속 나왔습니다. 염치가 없어진 우리는,  따끈한 기름내 나는 부침개를 먹듯이,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겨울에는 실내의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두껍고 무거운 나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습니다. 장작은  가득 차 있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강물도 오리도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통나무 오두막 안에서는  동란 반죽이 숙성되고 있고, 오직 피자만 계속해서 구워집니다. 

아,  맛있는 냄새가 풍겨니다.



멕시칸 피자
풍기피자
마르게리타 버팔로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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