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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May 24. 2023

소시지 구워 먹기




그릴용 소시지를 샀다.
보통의 소시지보다 뚱뚱하다.
칼집을 내고, 종이접시와 나무칼과 나무포크 그리고 칼을 배낭에 넣어 숲으로 간다.
도착하니, 차창에 굵은 빗방울이 마구 떨어진다.
일기예보를 보니, 1시간 뒤에는 다시 맑아지는 걸로 나온다. 우리가 있는 곳만 구름이 모여있고, 양 옆으로는 푸른 하늘이 조금씩 범위를 넓혀오고 있었다.

비가 조금 잦아들자, 우산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큰 나무 밑에는 비에 안 젖은 잔가지들이 있다. 누군가  머무다 간 지가 오래되지 않았나 보다. 꺼지지 않은 작은 불씨에 잔가지들을 올려놓자, 불이 살아난다. 종이는 불이 확 붙였다 꺼지지만, 잔가지들은 좀 더 오래 불을 가지고 있다 굵은 나뭇가지에 불길을 옮겨준다. 비가 그치고,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어딘가 맺혀있던 빗방울들이 톡, 하고 떨어진다. 촉촉한 숲 속에 매캐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칼로 다듬어 소시지를 꽂는다. 그리고 불 위에 돌려가며 은근히 굽는다. 기름이 떨어지고, 칼집을 낸 소시지들이 더욱 통통해진다. 나무향이 배어난다. 입가에 검은 재가 묻어나지만, 맛있어서 웃음도 묻어난다.

산이나, 성(城)에 오가는 길 그리고 근처 공원에는 불을 지필 수 있는 곳들이 너무나 많다. 누군가 나무를 잘라두거나 주워놓고,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나무 꼬챙이를 만들어 둔다. 우리가 불을 좋아하고, 고기를 구워서 먹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이곳 사람들도 불을 좋아하고, 소시지를 구워서 빵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불을 지피고, 꺼트리는 방법을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배운다. 기본이 되는 무언가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는 건, 욕심이 별로 없고  그 생활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마트에서 쇠꼬챙이를 판다.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사용할지 몰라도, 숲에서는 여전히 주변에서 구한 나무 꼬챙이를 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간 걸, 가져와서 다시 사용한다.

비가 그쳤다.
오락가락하던, 춥고 흐리던 날씨가 오랜만에 해가 나오자, 계절은 조금 늦은 5월의 모습이다.
라일락이 만발하고,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전나무에는 연둣빛 새 잎들이 고무처럼 말랑말랑, 부드럽게 돋아난다. 장미는 이제야 잎들이 자란다.
개들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가족 단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갓 태어나자마자 유모차에 태워 하루에 두, 세 번씩 산책시키는 젊은 부모들...
왠지 비가 개니,  초록은 더욱 푸르르고  사람들은  생기 있어 보인다.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차로 태워 보내고, 머리칼에 연기냄새가 배어 있는 나는, 집으로 걸어온다.
숲에서 소시지를 구워 먹는 건,  차림새는 원시인들처럼 별 거 없어도,  마음으로는 아주 큰 원시적인 즐거움으로 가득 들어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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