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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Sep 02. 2023

우정


한 친구를 만나고, 며칠 동안 마음이 따뜻하다.
나도 그녀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 했을까?
큰 애반으로 그녀의 아들이 전학을 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그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학부모 미팅에서는 늘 옆자리에 앉아, 이 나라 말을 모르는 나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통역해 줬다.
이 나라의 명절, 즉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이나 전통 쿠키 같은 걸  챙겨줬다.  그리스나 터키의 여름 휴가지에서 산 기념품들도 다.
착한 그녀는 직장에서 동료들의 무례한 부탁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이 수줍음이 많아서 걱정이 많다. 아마도 그녀는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나에게 잘해줬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과 그녀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주변에 친구와 가족들이 가까이 있는 이곳 사람들과, 지속해 오래 사귀기는 한계가 있다. 언어적으로도 답답함이 있다.
내게는 다행인 건지, 그녀의 부모님은 거리가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다. 슬로바키아 남부이지만, 헝가리말을 쓴다. 전쟁으로 인해 국경이 여러 번 바뀌어서 헝가리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슬로바키아 국민이다.
그녀는 직장과 아이들 그리고 주택과 정원을 돌보느라 늘 바쁘다.
그래도 그녀가 나에게 잘해주는 건, 그녀의 마음이 착하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녀의 어떤 힘듦 속에서의 경험이 나의 상황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을 내가 보고 있다. 지금은 그 마음을 우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직접 수확해서 만든  오이피클 두 병, 아로니아 잼, 살구 잼 한 병씩, 급하게  뿌리까지 뽑아서 준  오레가노 한 다발 그리고 분갈이한 화분들이 나와 함께 집으로 가고 있다. 나는 산세베리아가 꽃을 피운다는 걸,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알았다. 한국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보기가 드문 꽃이라 행운이 생길 거라고 한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집에 많으니 더 가져가라 한다.
정원을 갖고 있는 이곳 사람들이 자신이 농사지은 것들을 나눠주면, 나는 꼭 그들이 우리 부모님같이 생각된다.  트렁크도 마음도 푸짐다. 

산세베리아꽃이 주는 행운이 정말 있다면, 는 그게 그녀와의 지속적인 우정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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