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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Apr 05. 2023

말( WORD )


말은 음성 기호나 문자 기호로 나타나는 사고의 표현 수단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두어 명 있다. 말도 안 통하는 나를 붙잡고 말을 건네준다. 그런데 통하는 느낌이다. 그들과 나는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친밀감을 표한다.


한 친구는 60살이다.

주로 학교 근처 마트에서 마주치는데, 사실은 아들 친구의  할머니이시다. 그리고 학교에서 청소하신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학교여행을 가는데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간식은 무엇을 싸 가는지, 내일은 선거라서 휴일이라는 등등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사는 재료로 무엇을 만들어 먹는지 궁금해하신다.


또 다른 친구는 56살 정도인 거 같다.

딸의 친구 엄마이다.

이 엄마는 자연과 스포츠를 사랑한다.

늘 생일파티는 숲에서 하고, 집에서 직장까지는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이동한다. 매해 하프마라톤에 참여하고, 철인 3종 경기에도 나가고 싶어 한다. 내리는 비를 좋아하고, 비를 맞아도 양파나 채소를 먹으면 굳건히 이겨낼 거라 믿으며, 자기 딸도 그렇게 키운다. 내 딸의 친구인 그 아이는 거침이 없다. 밝고 당당하지만, 야단법석을 떨지 않는다.

그들이 나에게 통하는 느낌을 주는 , 그들의 연륜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영혼 덕분일 것이다.


정작 말은 입으로 나오는 말을 잘 알아듣고, 잘 내뱉는 관계에서 문제가 된다.

내가 하는 말을 10으로 봤을 때, 그중에 해야 할 말 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면 수치가  떨어진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말과 남을 비하하는 말로 나누면 남아있는 수치는 또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전달과 내 자랑을 빼버리면 도대체 얼마가 남을까?


말은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한 명의 친구가 더 있다.

매일 아침 산책하며, 그 친구와 말을 한다.

많은 말들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하는 얘기들, 솔직한 말들, 힘든 말들, 부끄러운 말들, 속상한 말들을 한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좋다.


그 후에, 진짜 친구를 만난다.

그때 나누는 말들은 서로에게 예쁜 말들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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