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Dec 07. 2023

일요일엔 맥모닝


주말아침에는 제일 늦게 일어나, 게으름을 부린다. 일어나서도 미적거리며 아이들과 함께 뒹굴뒹굴하다가, "엄마, 배고파"라는 말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아침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나,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에는 약간은 추운, 12월 초라기엔 많은 눈이 와서 창의 커튼을 젖히다 또 바깥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부엌으로 가려할 때, '맥모닝'이라는 단어는 참 달콤하게 다가온다. 사실 어느 계절의 어느 때든, 식사준비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저런 핑계를 다 갖다 댈 수가 있다.
갑자기 둔한 행동들이 바빠진다. 맥모닝은 아침 10시 30분까지이다. 가는 시간 10여분을 빼고, 키오스크 앞에서 여유롭게 주문할 시간까지 생각하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 양치하고,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만 대충 바른 채로, 모자를 눌러쓰고  나선다.

최근에 고속도로 근처,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곳에 맥도널드가 생기고, 바로 옆에 주유소가 생겼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곳을 드라이브 삼아, 가게 된다. 매장에 앉아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산이 보인다. 나는 달걀과 치즈만 들어간 맥머핀과  카푸치노를 시킨다. 아이들은 고기나 베이컨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한다. 테이블에 베이글과 토스트, 감자튀김, 샐러드 등이 금방 수북하게 차려진다.

달콤한 시간은 끝이 났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기가 나는 그냥 좀 그렇다. 일단 집에 들어가면 나만 빼고 모두가 편한 대로, 어떻게 흘러갈지가 뻔하다. 산책을 하자! 그리고 오늘은 눈이 왔으니, 더더욱 높은 곳으로 가자. 맥도널드에서 바라보던 그곳으로 간다. 아름답다. 원래도 이곳을 좋아 하지만, 눈이 쌓인 마을과 산은 더욱 아름답다. 앞서 차에서 혼자 내려, 걸어간다. 눈이 밟히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보는 모든 풍경이 하얗게 변해있다.

이제 좀 컸다고 싫다 하는 아이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챙겨 온 털모자며 방수장갑 그리고 눈썰매를 꺼내, 언덕에서 굴려서 간다. 아무도 오지 않은 언덕 위에서 발을 굴리자, 제법 속도가 난다. 엄마라 용감한 척하면서 사실은 나도 무서워 발로 브레이크를 걸면서 갔더니, 신발과 눈썰매에 부닥친 눈들이 온 옷과 얼굴에 눈가루를 잔뜩 뿌려댄다. 차갑고, 따갑고, 웃겨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얼굴은 얇은 살얼음으로 뒤덮여 빨개졌고, 눈썹은 눈구슬이 매달려 하얀색으로 변해버렸다. 털모자와 입고 간 니트에도 눈이 덕지덕지 붙어버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많은 걸 한 거 같은데, 아직 정오밖에 되지 않았다. 4시간 여가 지나면 또다시 어둠이 밀려들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 어둠이 몰고 올 적막감 잘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