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부터 거슬리기 시작했다.
널브러진 옷가지가,
흐트러진 잡동사니가,
그래서 치우고, 버리고, 팔았다
그렇게 한바탕 비우고 나면, 한여름 땀에 절은 몸뚱이를
찬 물에 한바탕 씻어낸 기분이었다.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또 거슬리기 시작한다.
가지런하게 놓인 샤워 용품이,
제 자리에 나란히 포개진 접시가,
그래서 치우고, 버리고, 팔았다.
또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또 거슬린다. 자꾸자꾸 거슬린다.
치우고, 또 치우고, 치우는데도,
자꾸자꾸 제 자리인가
내 마음이 제자리인가
내 마음속 잡동사니가 도무지 치워지질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