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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여진 Oct 12. 2023

28일간 나의 해방일지

감사

  정말 감사하게도 요가 원장님이 나에게 한번 더 티칭 기회를 주셨다. 추석 특강을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나는 당장 다음 주부터 다시 비행을 해야 하는데 마침 기회를 주신 그날은 쉬는 날이었다. 사실 지난번 기회를 주셨을 때는 금방 오케이를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스스로 요가를 가르치는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일단 한 번만 더 해보겠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원장님께도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다. 지난번에 기회를 주셔서 수업을 했을 때 사실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고. 원장님은 지금 내 마음속이 어떤지 잘 들여다보라고 하셨다.


  고민을 해보니 내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더 도전하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여전히 스스로 수련하는 시간은 정말 좋은데 가르치는 건 역시 너무 다른 영역인가 싶기도 하고, 더욱 깊이 들어가 보니 결국은 돈 때문인 것도 같다. 내가 비행을 하며 받는 돈이 요가를 가르치며 받는 돈보다 훨씬 크다는 계산이 선 이후로는 사실 내가 정말 이 금액을 받고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머리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요가를 가르치며 새로운 기회를 만나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더 크게 성장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나를 믿지 못하는데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두 번이나 수업할 기회를 주신 원장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교만이 내 마음 가득함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키우며 병행할 수 있고 개인 수련도 할 수 있으며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하는 일이 나도 너무 좋고 그것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직 내 마음의 그릇이 그리 크지 않은 건가 싶은 좌절감도 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첫 수업 때 회원들에게 요가를 안내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을 맞추랴 다음 동작 생각하랴 마음이 계속 긴장하고 분주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불편함이 싫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초보 강사에게 당연한 일인 건데 스스로 그 정도의 시간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내가 나에게 엄격했던 것 같다. 나를 믿어주고, 내가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에 집중해야겠다. 감사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내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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