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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여진 Oct 12. 2023

28일간 나의 해방일지

좋은 사람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못되고 이기적인데 왜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 지금에 와 돌아보니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에는 주변에 새로운 인연들도 많아졌는데 내가 배울 점도 많고 실제로 닮고 싶은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고 나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예전 같으면 신세 지기도 싫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이 정도의 도움까지는 받을 생각도 못했던 정도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생각해 보면 나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는 특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도 말고 신세도 절대 지면 안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신세도 절대 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만큼 누군가가 나에게 신세 지려고 하는 것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고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한다고 이해하고 살면서 스스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진 것 같다. 결국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살아왔기에 그만큼 분리감을 강하게 느끼며 스스로 이기적이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으며 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 같이 살며 우리 부모님과는 정말 다른 시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처음에는 그 이질감이 이해가 안 가고 손해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는데 결국 지금이 내 마음은 더욱 편하고 이게 더욱 자연스러운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하나 들자면 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태교로 바느질을 해서 직접 만든 목베개가 있다. 평소 손재주가 없던 나이기에 그저 내가 직접 만든 목베개라는 것만으로 그것은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아이와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목베개를 잃어버렸다. 나는 너무 속상해서 화와 짜증이 올라왔는데 그때 남편이 한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너무나도 침착하게 우리보다 목베개가 더 필요한 사람한테 갔다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데 그걸 가장 필요로 하고 가져야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편한 감정이 가라앉고 나자 사실 그게 가장 필요한 건 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베개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나에게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 집에는 이미 다른 목베개들도 많이 있었다. 실제 누가 그 목베개를 주워 가져갔는지, 버려졌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결국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 목베개가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서 그것을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보면 왠지 나는 전혀 장착되어 있지 않아서 1부터 배우고 있는 그 무언가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삶의 지혜인지, 더 넓은 마음인지, 행복의 열쇠인지, 아님 그저 바보같이 덜 풀린 나사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결국 내 주변은 확장된 나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 내가 스스로 나는 나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가지고 살아온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스스로가 인정해주지 못한 느낌이다. 스스로를 토닥이며 편견 없이 나를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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