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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여진 Apr 11. 2024

퇴사 준비를 하다 승진을 할 확률

퇴사 준비를 하던 와중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어나길 바랐지만 일어날 것 같지 않아 애써 무시했던 변수, 바로 진급이다. 내가 대리진급을 2014년에 했으니 무려 10년 만의 진급이다. 두 아이의 임신, 출산, 육아로 4년을 쉬었던걸 감안하더라도 10년이 지났으니, 나도 이제 반은 포기를 하고 회사가 나를 더 이상 알아봐 주지 않는구나, 나라도 나 스스로의 가치를 알아줘야지 하며 어렵게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그 마음을 확고히 하고자 글까지 쓰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래서 알 수 없는 인생이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거구나.


처음 명단에 내 이름을 확인했을 때는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왜?라는 생각도 동시에 올라왔다. 어쩌면 나는 퇴사를 마음먹은 김에 이번에도 진급 누락을 해서 더 확실하게 퇴사하려는 마음을 다지고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 명단에 내 이름이 없기를 바랐다. 물론 기분은 상했겠지만 그래야 더 미련 없이 퇴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나를 또 시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퇴사할 거야? 하는 느낌.


여기저기서 축하 연락이 왔다. 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다들 그만두지 말고 더 다니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다니라고 했다. 내가 작년에 복직을 했고 덕분에 작년 평가기록이 없는 관계로 나도 내가 진급 대상인줄도 몰랐고 크게 관심이 없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있으니 오히려 일이 이루어지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나도 그동안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회사에 서운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여기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싶다가도 나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회사가 밉기도 했지만 결국은 내가 부족한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에 사로잡혀 한동안은 우울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하고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는 것이고 될 사람은 결국은 되겠지 애써 생각해보려 해도 헛헛한 마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나를 알아봐 준 회사에 고맙기도 하고 열심히 노력한 나 자신도 애썼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많은 도전을 하는 와중에도 어쨌든 나의 본업은 승무원이므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사회생활을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해 평가가 그리 좋지 못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인 어학 자격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은 깨끗이 인정하고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해야 하나.


여전히 퇴사는 고민이다. 당장 진급을 했다 한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가 하는 일은 그대로이고 재킷의 색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명찰에 표기되는 아주 작은 글씨의 알파벳이 달라질 뿐이다. 일의 본질도 변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기분은 좋을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당장 4월에 퇴사하겠다는 계획은 조금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경제적으로 조금 더 정리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으니 섣부르게 결정하고 싶지 않다. 퇴사 결정을 회사에게로 미루고 싶었는데 결국 그 결정이 나의 몫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이래도 퇴사할래? 묻는 회사에게 결국에는 내가 응, 퇴사할래.라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우주가 주는 것 같다.


다 이유가 있겠지 생각해본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인 이유가. 그 이유를 찾을 때까지는 조금 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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