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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여진 Apr 22. 2024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

예전에는 내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을 버니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소소하게 신발이나 옷, 화장품 등을 종종 구매했다. 습관처럼 쇼핑앱에 들어가 새로 업데이트된 제품이 있나 둘러보다 계절이 바뀔 때나 그냥 사고 싶을 때 3~5 만원 사이의 비교적 저렴하고 부담 없는 제품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구매했다. 지나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했는데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소비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돈을 버니까 이 정도는 써도 된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습관적으로 소비를 했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은 택배가 온 순간 이미 흥미를 잃어 박스를 열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왜 샀을까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반품하기는 귀찮고 큰돈은 아니니 그냥 두면 언젠가는 쓰거나 입겠지 싶은 마음에 옷장에 처박아두고 나중에는 그런 물건이 있었는지도 까먹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하고, 퇴사를 고민하며 나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던 중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데 생각보다 큰돈이 나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평소에 입는 옷이나 신발은 늘 신던 것, 편한 것만을 선택한다는 것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점차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노비처럼 일하며 버는 돈으로 회사에서 털린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을 사며 나를 달래는데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거나 회복되지 않았다. 이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계속 성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물건을 팔기 위해 내가 무의식 속에서 그저 구매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소비하고 싶다는 생각. 그러면 안정적인 월급에 대한 의존과 그에 대한 환상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사가 따박따박 월급을 주는 이유가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라는 생각에까지 다다랐다.


스마트폰에서 쇼핑 앱을 삭제해 습관처럼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알림이 뜨지 못하게 했다. 내 옷장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옷만으로도 몇 계절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옷이 있었고 정리를 하다 보니 아 이런 옷도 있었구나, 이런 옷은 대체 왜 샀을까 싶은 옷들도 여럿 찾았다. 순간 내 마음이 이런 상태였구나 깨달음이 올라왔다. 내 마음 깊숙이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습관적으로 어떤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감정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생각과 감정으로 뒤섞인 어지러운 내 마음이 겹쳐서 보였다.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내가 이 물건을 살 돈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소비를 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고 싶은 거라면 그 마음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내가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것과 살 수 없어서 사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예쁜 쓰레기를 굳이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물건이 싸다는 이유로,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로는 구매하지 않고 꼭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소비를 통해서,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유보다는 경험으로 인한 만족이 훨씬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욕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럴수록 내가 살고 있는 공간도 더 정리를 하게되고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도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불필요한 소비기 줄어들수록 오히려 마음은 넉넉해지고 나의 공간은 더욱 깨끗해진다. 결국 내 삶은 내 마음의 반영이기에, 물건과 공간뿐 아니라 내 마음의 질서 정연함을 위해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다. 물건의 지배를 받지 않기로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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