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풀여진 Oct 02. 2023

28일간 나의 해방일지

나를 더 잘 알기


   얼마 전 갑자기 깨달은 점인데 나는 참 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겁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겁이 정말 많은데 그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겁이 없다고 생각하며 겉으로 보기에만 그런 척을 했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수능을 치르는 것이 자신이 없어서 인문계 고등학교 대신 상업 고등학교를 갈 선택을 할 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은인 같은 당시 영어 선생님이 내가 상업 고등학교를 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그래도 인문계 고등학교로 가서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가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그제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운 좋게 원하는 대학에도 들어가고 대학생활을 하다가 취업을 해야 할 때가 왔을 때도 특별히 가고 싶은 회사가 없었고 그저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내가 번 돈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서 그저 2년만 돈 벌고 사회경험도 쌓고자 승무원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왜 그 대학을 나와서 승무원을 하냐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는데 나도 언젠가부터는 내가 왜 그 선택을 했나 궁금해졌고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이유를 찾는 것도 물론 나의 몫인데 언뜻 찾은 것 같다.

  마음 챙김을 하며 스스로를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도 경쟁이 겁이 나서 결국 쉬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2년만 승무원을 하려 했는데 그즈음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고 코로나를 겪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갔다. 지금에 와 돌아보니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직장에 들어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이 많은 직장이고 비행이라는 특수한 업무를 해야 하므로 임신, 출산, 육아 관련 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회사가 휴업을 해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이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렇게 도합 거의 6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재직을 하면서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혜택은 충분히 받으면서 거의 전업맘처럼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쟁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데, 내 마음이 그려낸 허상일 뿐인데. 그러면 경쟁하지 않고 창조하는 삶을 선택하면 된다. 갑자기 얼굴에 미소가 띤다. 내가 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껏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알게 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획일적인 아파트에 사는 것도 마음이 불편해 타운하우스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결국 경쟁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 것 같다. 물론 아파트에 살면서도 창조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마당이 있고 테라스가 있는 공간에서 살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은 나만의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마음 챙김을 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퇴사도 하고 이사도 하고 요가와 부동산을 사랑하는 나만의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28일간 나의 해방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