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유독 바쁜 하루였다. 아침부터 첫째 학교에서 다음 달에 진행하는 책잔치의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위한 회의가 있었다. 점심에는 회사에 가서 복직 전 업무용 태블릿을 수령해야 했고 오랜만에 회사에 간 김에 마침 친한 동기 언니가 오늘 새벽 치앙마이에서 한국에 도착 후 회사에 온다길래 동기 언니와 점심도 같이 먹기로 했다. 오후 2시에는 요가 수련을 예약해 둔 상태였고 수련을 마치고 4시 즈음에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픽업해 서울 동쪽 끝에 있는 친언니 집에서 부모님의 생일축하 저녁식사에 참석해야 했다. 굳이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요가를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동기 언니와 식사를 마치고 각자 커피를 사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시간을 보니 아, 요가는 무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수업 시작 2~3분 정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곧장 요가원으로 향했다. 탈의실에 도착해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매트를 펴니 이제 막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업이 시작되었다.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녹아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요가를 하는 걸까? 나도 그 이유가 궁금할 정도이다. 이 정도 스케줄이면 그냥 굳이 요가를 하지 않고 그 시간에 집에 가서 넷플릭스를 보며 한숨 돌리고 여유 있게 아이들을 픽업해서 언니네 집으로 출발해도 될 뻔했는데 이렇게까지 요가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가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행위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된 이후 아이들을 챙기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는 등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을 위한 시간이 더 귀해지고 그 시간에 집착까지 하게 되는 것 같다. 요가를 통해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고 안 되던 자세가 될 때는 성취감도 느끼며 오롯이 현재의 내 몸과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는 그 고요한 시간이 어느새 나에게는 소중한 일상이 되었기에 요가를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가 된 것 같다. 하루 일상 중에서 요가를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제는 완전히 습관이 된 것 같다. 요가를 하는 동안 매트 위에서 내가 재미있게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