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종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재밌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 주문을 걸어 마음대로 조종해도 웃을 수 있겠냐?
누구에게나 제일 기억에 남는 책과 영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물어본다면 그 중에 해리포터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어린시절은 해리포터와 함께 했다해도 무방할 정도로 해리는 전세계의 많은 사람과 함께했다. 하늘을 수놓는 형형색색의 마법들, 괴이한 목소리로 우는 마법생물들, 그 사이를 누비는 우리의 주인공 해리포터.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빠지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나는 지금 그런 해리포터의 고장인 영국에 와있다.
세계일주를 떠나온지 어느덧 10일째, 그동안 런던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했다. 그동안 내가 만나지 못했던 세계는 너무나도 매혹적이었기에 지치는 줄 모르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보냈다. 하지만 그만큼 내 마음은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내가 지독하게 외로움을 탄다는 것을 몰랐기에 혼자서 여행을 떠나온 용기는 무척이나 빠르게 사라져버렸고 혼자 남겨진 나는 무엇을 봐도 남겨지는 것 없이 무작정 걸어다닐 뿐이었다. 아침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카메라를 챙기고, 숙소를 나서 정처없이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습관적으로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을 뿐,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 왜 찍었는지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해리포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주문을 꼽으라면 단연컨데 임페리우스 저주일 것이다. 누군가를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혹적이고 끔찍할테니까. 나는 해리처럼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왜 걸었는지조차 알 수는 없지만 홀린 듯이 알지도 못했던 여행에 빠져버렸고 세계일주가 내 꿈이라 믿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형사의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목적없이 걸어다니며 의미 없는 사진을 찍고, 여행의 꿈을 꾸었다.
런던을 지겹도록 돌아다니면서 깎여버린 마음으로 인해서 꿈과 마법은 깨어져버렸다. 여행의 즐거움과 사진의 아름다움, 새로운 것을 겪는다는 즐거움은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모든 흥미를 잃었다. 사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상일 것이다. 타지에서 겪는 외로움과 쓸쓸함, 어떤 것을 겪어도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것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는 한다. 나는 그것을 남들보다 빨리 겪었을 뿐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며 예정되어 있었던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여행을 떠났다. 마법이란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마음 먹은대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으며 장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그 누가 마법을 겪어보고 나서 그것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갈구하는 것이 마법이 아니었을까. 내가 겪었던 마법은 그만큼 달콤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만난 풍경은 다시 나에게 여행이라는 마법을 걸기에는 충분했다. 어린 시절 꿈꾸던 그들이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나는 다시 저주에 걸려서 현실을 뒤로하고 꿈을 꿀 수밖에 없단 것을 알았다. 이 곳에는 해리의 모든 것들이 있었다.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께 타던 차, 히포그리포, 해그리드가 키우던 거미, 장난스러움이 가득하던 위즐리의 장난감 가게 등등 함께 웃고 울던 그 시절이 내 앞에 나타났다. 어느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나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크고 볼거리들이 무척 많았다. 입장료가 조금 비싸고 예약이 힘들기는 하지만 런던으로 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쯤은 보라고 추천해주는 곳이다. 누구나 마법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거든.
여행이라는 것은 현실과 반대되는 꿈, 희망, 이상향 같은 것들이었을지 모른다.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내게 마법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이루어내려면 마법과도 같은 기적이 이루어져야한다. 누군가는 여행자에게 일상을 벗어나 돌아다니는 용기가 멋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런 용기보다는 현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용기가 나에게는 더욱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내게 걸린 꿈이라는 마법을 벗어날 용기따위는 없었고 그들에게는 있었을 뿐이니까. 그렇게 나는 해리포터와 함께 다시 여행이라는 마법 속으로 스스로 빠져들었다. 10년 후의 미래와 부지런히 사는 일상에 대한 걱정이란 나에게 무서운 일 중에 하나였기에 잊고 싶기를 원했을 것이다.
세계일주를 떠나온지 2주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까지도 여행이라는 꿈 속을 헤메이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나는 아직 가고 싶은 곳들이, 겪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꿈꾸는 순간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더욱 걸어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마법이 아닐까.
여행은 현실과 반대되는 마법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마법에 걸린 나약한 머글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