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혈액검사에 미치는 영향, 태풍 '힌남노'를 통해 실감한 섬 생활
이제 막 제주살이 세 달 차에 접어들었다. 제주는 생각보다 큰 곳이라 의외로 실생활에서 섬이라는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집에서 차로 5분만 가면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지만 말이다. 나는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는 태풍 '힌남노'를 통해 섬 생활을 실감하게 되었다. 혈액검사랑 태풍이 무슨 상관인데?
나는 질병이 있다. 따라서 매일 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경과를 체크해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오늘은 복용하고 있던 약이 거의 다 떨어져서 병원에 방문했다.
질병의 경과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피검사를 한다. 오늘도 채혈이 예정돼 있었다. 나는 채혈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 육지에서는 오전 일찍 채혈을 하면 검사 결과가 당일 바로 나왔는데 이상하게 제주에서는 채혈을 하고 나면 당일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결과가 나오면 의사 선생님께서 따로 전화를 주셨다.
나는 오늘 이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원래는 월요일에 피검사 검체를 서울로 보내는데, 아시다시피 태풍 때문에 월요일에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무릎을 탁 쳤다! 아? 태풍? 태풍과 피검사라니!! 의사 선생님은 이어 "혹시 월요일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번거로우시겠지만 채혈하러 다시 오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혈검사 샘플을 제주에서 서울로 보내다니! 섬 생활이 처음인 나는 생각도 못해본 일이었다. 약간의 충격을 받고(?) 태풍 때문에 서울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내 피를 뽑기 위해 주사실로 갔다. 채혈을 기다리며 간호사님께 다시 여쭤보았다.
"아... 제주도에서는 피검사 검체를 서울로 보내나요?"라고 물었더니 간호사님은 "아, 네 맞아요. 제대병원(제주대학교병원)이나 서귀포의료원 같이 큰 곳은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지만 저희 같은 소규모 의원은 육지로 보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는 그럼 그렇게 큰 병원에서 맡아서 검사를 해주면 안 되나? 싶었지만, 이내 병원의 사정은 또 모르는 일이지 싶었다.
지금 중요한 건 내 피검사 검체도 검체지만 남편의 예비군이다. 남편은 7일 육지에서 예비군 훈련이 예정돼 있다. 역시 문제는 힌남노인데, 언제 가야 결항되지 않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검색해보니 5일에 예비군 훈련이 예정된 사람에게는 예비군 연기 통지문이 갔다고 한다. 그럼 7일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힌남노, 너 정말 그럴 거니?
이번 태풍은 역대급 태풍이 될 것이라고 겁주고 있는데, 이번만큼은 사실이 아니면 좋겠다. 특히, 힌남노가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제주, 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는 부산을 지나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비단 제주, 부산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으로 비와 바람을 동반할 것이라 예측돼 피해가 우려된다. 안전, 또 안전이다! 부디 힌남노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