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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호철 Sep 02. 2024

반응중독

다양한 관심사가 불러온 부작용

현대사회만큼 놀 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세상이 지금껏 있었을까? 시야를 좁혀 엔터테인먼트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을 때, 21세기엔 언제 어디서든 내게 맞는 관심사를 마음껏 검색하고 발견하며 탐미할 수 있다. 특히 아웃도어에 국한돼 있던 여가생활은 인터넷이 발달하며 인도어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나와 친밀한 사람들끼리 관심사를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내가 관심 갖고 공들이는 주제를 지인과 함께 즐기고 싶어도, 그 지인은 어딘가에서 발견한 다른 관심사에 이미 매료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관심사가 다양해졌다는 건, 그만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듦을 의미한다.


현대인이 온라인 소통에 집착하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논리적이다. 내 주변에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없다면, 온라인에 개설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 될 일이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내 관심사를 파악해 알고리즘으로 나와 맞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여기서 현대인은 주변에선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내 관심사를 향한 진심 어린 반응을 얻는다. 내 관심사를 커뮤니티 채널이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렸을 때,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기뻐해주고, 칭찬해 주며, 때론 위로해 주는 이 모든 반응이야 말로 현대인의 도파민이다.


이제 사람들은 관심사를 공유할 유효한 수단을 가졌다. 지인이 내 관심사를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온라인에 내 관심사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넘쳐나니까. 한편 사람들은 쏟아지는 반응들로 인해 온라인 소통에 매달리는 형국이 됐다. 반응이 치솟을 땐 달콤한 행복감에 젖다가, 잠시라도 뜸해지면 갑작스러운 우울감에 시달린다. 핵심은, 어떤 매체도 커뮤니티 채널이나 소셜 미디어만큼 반응을 제공해주진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명백히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뇌는 허용 가능한 수치를 넘어선 반응을 온라인 소통을 통해 주입당한다. 그로 인해 뇌의 항상성이 무너졌다. 반응중독은, 관심사를 공유하려는 사람에게 숙명 같은 증상이 되어버린 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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