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기 전에 찾아봤어? vs 그걸 왜 안물어보고 혼자해?
유년기의 나는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엄마엄마 아빠아빠
이건 왜 이런맛이나? 이건 어떻게 움직이는거야? 이건 어디에 쓰는거야?
그때를 회상하는 30대인 지금, 어릴적 나는 꽤나 피곤했을 것 같다.
울산 앞바다 파도처럼 쳐내도 쳐내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질문들
당연히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답변해줬으리라.
그러나 순진무구한 아이의 호기심을 채우기란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이 활성화 돼있지 않던 시절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부모님께선 '엄마한테 물어봐' '아빠한테 물어봐' 카드를 쓰다가
최후의 필살기 "찾아봐" 를 쓰셨다.
백과사전, 도서관, 전집,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동원해서 찾아봤던 것 같다.
그 습관이 내게 준 영향
혼자 스스로 해내는 힘을 키웠다.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 한다.
이러한 특성은 시기에 따라 환경에 따라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학창시절, 대학생까지는 어지간하면 다 잘했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없었고, 굳이 부탁하지 않았다.
남들이 못하는 몫을 내가 짊어지고 해낼때는 성취감이 터졌다.
고백하건대, 도와달라고 하는건 약하고 멍청한 자들이나 하는 행위라 생각했다.
정말로 건방진 생각이었고, 저런 생각을 했다는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
더 멍청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걸 어느순간 깨달았다.
도움이 필요할때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가
아니,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내가.
요즈음 나는 인간은 모든 걸 혼자 해낼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중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잘 할 순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 가는 중이다.
오히려 그게 당연하고 누구보다 약한 인간이기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더불어, 도와주려는 사람도 주위에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닫는것과 별개로 쉽사리 도움을 청하지는 못하고 있다.
30년간 혼자 옹성에 박혀있던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여는게 쉬운일이겠냐만은
그래도 조금씩 열어보려 한다.
사실 내가 열려고 해도 문이 녹슬어서 잘 안열리는 것 같다.
어쩌겠나 살아가려면 남은 30년간 문 열어야지
WD40 한 트럭 가져와서 갖다 부어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