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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n 07. 2020

너는 정말 사랑

1

배가 고팠는지 사랑이가 밥을 앞에 두고도 계속 울며 "못먹게써.. 허엉~" 그런다. 밥을 좀 먹고 나서는 안정을 찾고, "엄마가 해주신 음식 너무너무 맛있다" 하며 웃는다. 그 전까지 짜증을 계속 받아내느라 한숨이 나왔는데, 맑은 얼굴 보자마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2

"엄마 사랑이한테 부타칼거 이써?" 세탁기가 다 돌아가 빨래를 꺼내는데 사랑이가 그런다. 빨래 다 꺼내고 나면 '사랑아~ 엄마 좀 도와줄래?' 하는데 오늘은 사랑이가 먼저 선수를 친다. "응~ 사랑이가 엄마 좀 도와줘~ 사랑이 도움이 필요해~ 이거 건조기에 좀 가져다줄래?" 말 끝나기가 무섭게 몸이 휘청거릴정도로 빨래를 가득 들고 건조기로 간다. 정말로 거의 모든 빨래를 혼자 들어 옮겨주었다. 동생 바다 목욕하려는데 또 나타나서는, "사랑이가 도와주까?" 그러고 통에 있는 물을 바다한테 뿌려주었다.


바다 기저귀 갈 때 마다 "사랑아 엄마가 사랑이 도움이 필요해~ 사랑이가 기저귀 좀 가져다줄래?" 했더니 이젠 기저귀 갈아주는 기미만 보여도 달려가 기저귀를 가져온다. 엄마를 도와주면 엄마가 기뻐한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도울거리(?)를 찾는 것이다.


3

자기 전 책 읽기 시간. 내내 둘째를 안고 있었더니 허리가 욱신거린다. 그냥은 안 되겠어서 쿠션에 기대서 읽어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이쪽에 앉아서 읽어줄게". 그랬더니, 사랑이가 “힘들어서?" 그런다. 왜 이리 세심한거야. 눈물이 날 뻔 했다.


4

잠자리에서 한참 아빠랑 장난치다 "ㅇㄹㄹ(*어린이집 선생님)가 아빠보다 더 조아" 하는 사랑. "진짜? 그럼 엄마보다도 ㅇㄹㄹ가 더 좋아?" 물으니 그때는 "엄마가 더 조아" 그런다. "아빠 삐졌어. 책 안 읽어줄래. 흥!" 하니까 신경도 안 쓰고 "엄마가 일거조. 엄마 책 일거조" 한다. 한참 엄마랑 책 읽기를 하다... 아빠가 "사랑이 아빠가 아침에도 없고 저녁에도 늦게 들어오고 해서 아빠 이제 싫구나?" 그랬더니 "ㅇㄹㄹ보다 아빠를 더 조아해" 말한다. 아빠는 심쿵해서 쓰러졌다. 사랑이가 아빠를 들었다놨다 하는 중.


5

"사랑이 잘자~ 사랑해~" 잠자리 인사를 하는데 어둠 속에서 사랑이가 날 향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보였다. 아. 사랑둥이. 정말 정말 너는 사랑이다.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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