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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베러주니어 Sep 10. 2023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더 나은 주니어가 되는 방법(17)

긴장되는 회의 시간. 기획 팀장님과 개발 팀장님 사이에 설전이 오고 간다.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고, 분초를 다투고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다 보니 회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의 지금 속마음은 '제발 아무도 나한테 질문하지 말아 줘'이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회의가 끝나고 사수님이 따로 내 자리로 다가와 묻는다.

"오늘 회의 어떠셨어요?"

보기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 질문이야. 

회의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라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아?


솔직한 대답은 "회의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가 맞을 텐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왜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무지를 인정하자'는 내용을 이야기해 보려고 해.




무지는 잘못이 아니다.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은 더더욱.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하고 가자. 모른다는 것은 죄가 아니야.


오히려 모르는 데도 불구하고 무지를 인정하지 않거나,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고 아는 체하는 것이 잘못이야.


오히려,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추가 설명을 요청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진짜 멋진 일이지.

왜냐하면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을까?


첫 번째로, '본인이 무능해 보일까 봐' 일거야.

다른 사람 앞에서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자신을 상상해 봐. 얼마나 스스로가 무능하고,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겠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보일바에야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고, 아는 척하는 게 안심이 되겠지.


두 번째로는 '회사나 동료의 압력'이 있을 수 있어.

회사에서는 본인의 한계, 불가능이 드러나면 특정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도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야. 누가 이런 환경에서 쉽게 자신의 취약점을 인정하려고 하겠어?


이처럼 나의 지식과 경험, 성과를 어필해야 하는 회사에서는 본인을 좋게만 드러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 그런 정글 같은 회사 생활에서는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본인이 약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게 걱정될 만도 해.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첫 거짓말이 그 뒤로 이어지는 엄청난 가짜와 사기의 시작이었다. (영화 캐치미이프유캔 / 넷플릭스)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런 걱정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인정했다고?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


근데 말이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건 약함을 드러내는 게 결코 아니야.

오히려 정직, 겸손,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거든.


잠깐, 정직과 겸손은 그렇다 치고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게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


자 그럼, 모르는 데 아는 척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아는 척을 해 버렸으니 상대방과 나, 우리 팀과 나의 '그 아는 척했던 부분'에 대한 이해에는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 


모르는 분야를 리서치하면 되지 않냐고? 속마음은 리서치가 불가능할뿐더러, 차라리 그 시간에 전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더 생산적인 일을 했다면 좋았을 거야. 


극단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나는 주도권을 잃어버린 채 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끌려가게 될 거야.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되어도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마당에 불확실하고 틀린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있겠어? 우리 팀은 저 만치서 앞서 가고 있는데 나는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느끼게 되고 동기부여도 떨어지겠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부터 악순환이 시작되어 버려.

그냥 솔직하게 인정하고 '첫 단추를 잘 끼울 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겠어?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 어떤 형태로든 불필요한 비용이 들고,

오해나 오류,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 당연하게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지.




그럼 어떻게 '모르겠다'라고 잘 말할 수 있을까?

꽤 간단한 말인 '모르겠어요.'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입이 떨어질 수 있을까? 남들한테 안 좋은 인상을 줄까 봐 느끼는 걱정을 덜고 말이야.


"당신의 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묻는 건데요."

"더 좋은 의견을 드리기 위해 묻고 싶은데요."

"이 문제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데요."


와 같이 내가 '모르는 부분은 X인데, 여기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싶은 이유'를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거야.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모르는 부분을 배우고 알아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욕할 사람이 어디있게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워. 그까짓 설명 좀 더 해주고 말지.





무엇인가를 모른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해. 

그것이 상대방이 내뱉은 단어나 문장이든, 업무의 내용이든, 프로젝트의 방향성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물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


자신의 무지를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고, 배우고 더 나아지려는 의지의 표시야.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래서 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결론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지를 숨기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주니어가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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