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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 글쟁이 Aug 07. 2021

본캐인지 부캐인지 모를 생소함

오래간만에비행에 복귀하며

5개월 간격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본캐라고 볼 수 있을까?

그 간격만큼이나 생소한 일상을 8월에 다시 마주했다. 


2월에 비행을 했고, 그 사이에 출간을 마무리한다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지난 휴직기간보다는 다소 빠르게 흘러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코로나19 상황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혹은 국가의 상황에 따라, 자가 격리나 생활에 제한을 두지 않는 국가들도 늘어났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8월의 스케줄을 기다리는 마음은 오랜만에 두근거렸다.

LA와 뉴욕, 그리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세 번의 장거리가 배정되었지만, 첫 스케줄은 변경이 되어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2주 연속 뉴욕을 가게 된 나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뉴욕이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LA도 갔다면, 서부와 동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다 담아왔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두 도시 모두 친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못 가게 되었다고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변경된 뉴욕으로 첫 비행을 나섰다.

변경된 서비스와 절차에 조금 헤매기도 했으나, 모든 승무원이 그렇듯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일의 흐름대로, 비행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복귀전치고는 14시간의 긴 비행이 힘들긴 했지만, 맨해튼이나 혹은 브루클린을 잠깐이라도 나가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피곤함을 지워내며 비행을 마쳤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비행에 처음으로 200mm 렌즈를 챙겨 온 걸 보면, 그간의 내 답답함이 극에 달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호텔에서 브루클린까지는 한 시간 남짓. 다소 먼 거리였지만, 그것보다는 외부 상황이 더 걱정되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와 주변 승무원을 통해 현지의 상황을 계속 물어왔지만, 직접 느끼지 못한 이야기들이 체감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부딪혀 보기로 했다. 마스크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꽁꽁 싸매고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많았다. 물론 야외에서는 살짝 내리거나 벗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실내 출입을 위해서는 마스크 필수라는 문구가 어딜 가도 붙어있었으며,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일부의 걱정만큼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브루클린을 한 시간 남짓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었다.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이 잠깐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물론 계속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화했다. 

저녁 이후의 시간은 노을과 함께했다.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처음 보는 뉴욕의 보랏빛과 마주하는 황홀함을 누렸다.


그날의 노을은 뉴욕에 사는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많은 인증샷들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다음날 친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긴 비행의 피로함을 버티고 잠을 미뤘던 결정이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바로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보통은 장거리를 가면 48시간을 스테이하게 되는데, 24시간만 스테이하고 돌아가는 편은 승객 좌석에 앉아서 가기도 한다. 우리 대한항공에서는 이를 엑스트라 근무라고 하고, 아시아나에서는 애드라고 불린다. 


나는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엑스트라 근무를 하며, 밀린 피로도 풀고, 찍어온 사진을 보정하기도 했다. 


비슷한 비행 패턴으로 마주할 다음 주 뉴욕 스테이는 어떻게 보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오클랜드는 호텔방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곳이라서, 더 이상의 외출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아쉬움이 밀려오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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