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하도리 파도와 흩날리는 가을비를 맞고 있는 철새를 보고 있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철새와 멀리 바다에 부딪히는 파도, 하도 다리 너머 종달리로 향하는 굴곡진 해안도로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오후다.
새벽에 출발해 내가 그리워해 마지않던 제주도에 도착했다.
올봄 5주를 보내고 간 뒤 반년이 넘도록 뜸하게 지냈다. 올봄 한 달 살이로 올해 제주에 머무는 한도는 모두 채웠다 생각했는데, 다른 곳을 여행할 때마다 다음번에 제주에 가야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전에 없는 따뜻한 가을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상은 지지부진 해졌고, 나는 또 방황하고 있었다. 이럴 때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면 왜 자꾸 제주가 생각나는 것인지...
하도리 지미 스테이 카페는 지난 봄날 내가 제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아닐지언정, 가장 많이 찾았고 또 일상에서 가장 그리워한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지난봄 나를 기억하고 환대해 주는 카페 실장님을 보며, 내가 사랑하는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내 마음의 기록을 한 번은 남겨보고 싶었다.
명소도 핫플 소개도 아닌,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또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픈 제주의 이야기를 한 번은 기록해 보고 싶다.
#제주이야기의시작
#하도리지미스테이
#그리운바다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