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목표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새해 첫 주가 지나갔다. 기쁘고 복된 새해 맞으라는 주고받은 덕담이 무색하게 시작하는 부담과 막막함으로 동시에 몰려와 연초는 늘 마음이 무겁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약간의 미열로 사내 건강관리실을 찾았을 때 유독 이번 주 감기몸살 환자 많다는 말에 간호사와 마주 보며 한바탕 웃었다.
추운 날씨와 새해 스트레스로 굳은 근육이 통증으로 느껴져서 어제는 몇 주 만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유연해 보이는 내 외관과는 달리 도수 치료 혹은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지나치게 딱딱한 내 몸에 치료사들은 놀라곤 한다. 정형외과의 도수치료, 요가, 필라테스, 짐에서 PT를 받으며 치료해 보고자 했지만 잠시 한 숨을 돌리는 순간 내 몸은 여지없이 굳은 상태로 돌아온다. 어쩔 수 없이 마사지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데, 맨 처음 내 몸을 스캔하며 이 정도면 금방 풀리겠다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치료사 선생님은 말이 없어지곤 한다. 뭉치고 굳은 근육을 풀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은 늘 긴 한숨으로 끝나곤 했다.
연말에 이런저런 약속들로 3주 가까이 몸을 풀지 못했고 강추위로 몸은 더욱 굳어져 갔다. 몸이 어느 정도의 상태에 다다르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누워서 아무리 힘을 쭉 빼려고 해도 사지의 긴장감이 풀리지 않는다. 어제는 마사지를 받을 때도 그랬다.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다리의 뻣뻣함이 사라지지 않는 그 순간, 여유로워 지라는 뇌의 명령을 거부하는 내 육신을 느끼며 무기력을 느끼기도 한다.
역시나 어제도 굳을 대로 굳어버린 내 근육을 깨시던 마사지 선생님은, 근육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마음이 긴장되고 계속 신경을 쓰다 보면 근육이 이렇게 굳을 수밖에 없다고. 사람이나 일로 인한 스트레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들이 허다하다고. 마음으로 판단하고 호불호를 혹은 평가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고. 알면서도, 어느 순간은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던 이런 얘기들을 왜 자꾸 잊고 순간에 매달리게 된다.
생각해보니 지난 연말부터 아니 지난해 내내 나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을 키워왔다. 그중 몇몇은 소원해졌고 최대한 마음을 멀리하는 연습을 하며 상대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 사이를 오가며 나의 고독을 키워왔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연연함을 떨치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정면으로 맞서느라 늘 파김치 상태에 이르곤 했다. 그 사이 내 근육은 내 마음만큼 굳어지고 피로도를 쌓아 나름의 운동과 마사지로도 풀 수 없을 만큼의 상태가 되고 만 것이 아닐까.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왔어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충고하면 Yes, Yes라고 하곤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았죠.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아요"
언젠가 읽은 타샤 투터 할머니가 아흔이 넘어 한 인터뷰이다. 그래, 나도 그러고 말 것을. 시간과 에너지가 늘 모자라면서도 정면으로 맞서고 설득에 실패하고 실망하고, 그로 인해 생긴 실망과 원망을 비난의 화살로 둔갑시켜 상대방을 향해 쏘고, 그 과정에서 처절하게 지쳐가고. 왜 그랬나 모르겠다. 힘 좀 빼고 알았어, 알았어, 알겠어요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지향한 만큼 하고 하던 대로 묵묵하게 끌고 가며 결국은 끝맺으면 되는 거였는데.
몸에 들어간 힘 좀 빼라고 치료 선생님들이 늘 그러시는데, 힘 빼는 게 어려우면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방엘 가거나, 드럼을 치거나 이도저도 여의치 않으면 풍선이라도 불라고 한 조언들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생각들 끝에 올해의 내 목표를 정했다.
유연한 근육 만들기
딱딱하게 굳어 내 혈관을 조이고 통증을 주는 근육이 아닌 말랑말랑 부드럽게 내 조직을 보호하고 외부에 부딪혀도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고 회복 탄력성이 최상인 근육! 몸과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고 부드럽고 쫀쫀한 근육을 내 몸과 마음에 조금씩 덧붙여 나가자. 그리고 이도 저도 안될 땐 실컷 풍선을 불어보자 다짐해 본다.
#내몸을지키기위해선 #결국은내가변해야한다
#몸과마음의근육만들기
#새해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