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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지온 Jun 26. 2023

다이어트를 하다가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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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이어트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인 당신에게


다이어트는 당신의 무엇을 바꾸어 주는가


다이어트를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체중감량에 있다.

건강상의 이유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현재의 외모에서 오는 불만족을 해소하고

현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를 바라며 시작하게 된다.


나 역시

하드웨어적인 변화만을 생각하고서 시작한 다이어트였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마치고 나니

오히려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더 컸다.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생에서 더 많은 것들이 바뀐 기분이 들었다.


특히 나처럼 살을 뺀다는 것이

삶의 어떠한 목표보다도 간절하고

이루기 힘든 '꿈'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장담한다.


그러므로 쉽지 않은 도전을 결심하고,

기꺼이 그 과정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당신은 당신의 눈앞에 놓여있는

인생 최고의 난이도의 숙제를

최선을 다해 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살을 빼는 것이 가져다주는 외적인 변화 이상의

내면의 변화를 일굼으로써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의 순간을 목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루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당신,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이 과정을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당신,

부디 그 과정을 꼭 견뎌내어서

다이어트 끝에 느낄 수 있는 그 황홀한 기분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곰'이었다


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그 순간에는

한 마리의 '곰'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맞다, 단군신화의 그 곰 말이다.


10킬로 이상을 감량하겠다는 목표는

당시 나에게는 곰이 사람으로 변하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변화였기 때문이었다.

또 다이어트라는 것 자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듯

홀로 외롭게 먹기 싫은 식단을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이어트를 통해 변화를 꿈꾸었듯이

단군신화 속 곰도 인간이 되기를 꿈꾸었다.

그렇다면 곰은 왜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곰이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곰과 인간은 같은 포유류이다.

하지만 곰은 짐승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무력한 존재일 뿐이고,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곰은 그냥 동물이 아니었다.

동물 중에서도 '미련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존재였다.

아마도 곰은 내면에 열등감을 가득 담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오히려 자신의 삶에 큰 불만을 가지고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꿈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곰처럼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은 격렬한 욕구가 있었기에

기꺼이 마늘과 쑥을 껴안고 동굴로 기어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다이어트의 기간은 3개월, 거의 100일에 가까웠다.

곰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살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졌었다.


100일간 어두컴컴한 동굴에 고립된 채 혹독한 식단을 감행하다가

견디다 못한 호랑이가 굴을 뛰쳐나갔을 때에도

곰은 끝까지 마음을 가다듬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버텼다.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는 똑똑한 금수의 왕은 견디지 못했을 그 독한 과정.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미련한 곰만은 견뎌낼 수 있었던 그 독한 과정.

나는 식단을 지키는 것이 쑥과 마늘을 먹는 것보다야 쉽지 않겠냐며

곰보다는 낫겠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끝까지 완주해 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곰은 'OO 한 사람'이 되었다


살이 빠져 제대로 '인간'이 된 나는

갓 사람이 된 웅녀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발견하고서 놀랐던 것처럼

변화된 삶 속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욱 건강해지고 가벼워져

아팠던 곳, 불편했던 곳이 사라짐으로써 신체가 편안해졌으며

예전보다 훨씬 보기 좋은 모습에 자신감이 붙었다.

달라진 외모로 인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뿌듯함과 보람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변화가 내면에서 일어났다.

꽤 오래 일정 기간 동안 스스로의 욕구와 싸워나가고, 결국 이기게 됨으로써

내게 없었던 '자존감' '자기애'를 얻게 된 것이다.

내가 나의 변화를 염원하며 이렇게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나에게 격한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행동으로서 나는 '자존감'을 만들어내고 '자기애'를 증명해 낸 것이었다.


누군가를 감동시키면 어떤 관계가 되는가?

그는 내 편이 된다.

나에게 감동받은 나는 찐 내 편이 되었다.

어느 누가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더라도

나를 당당히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를 이렇게 소중히 여기는 스스로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단하고 또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면에서 우러나와 샘솟는 이 뿌듯한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희열 그 자체였다.

어떠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준 셈이었다.


또한 인생 최고의 난관이자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여

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해 냈다는 사실은

내게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동안

서서히 정신적으로도 강인한 '나'로 변화된 것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곰이 사람이 된 변화 역시

그 의의가 단순히 겉모습이 사람으로 바뀐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이 된 곰, 웅녀는 우리 민족의 시조모가 된다.

어떻게 짐승이 인간, 한 민족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가?

곰은 동굴 속에서 도를 닦으며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며 내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결국 위대한 존재로 환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하느님의 자식인 환웅과의 혼인하고 단군의 어머니로서의 존경받는 삶을 살게 된다.

극한의 난이도인 시험을 통과한 그녀는 신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신의 시험과도 같은 힘든 과정을 인내함으로써

새로운 존재, 성공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껏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역경을 이겨낸 신화를 쓰지 않았는가.


살을 뺐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작은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로 인해 인생 전체가 변화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것이 내 삶에서 가지게 된 가장 큰 변화였다.


예전에 자수성가한 인물이 자서전에 그런 이야기를 써 놓았었다.

큰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 것보다도

과거의 자신이 더 이상 아닌, 

변화된 자신을 얻게 된 것이 자신에게는 가장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나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다이어트의 과정은 내적 성공 경험을 쌓는 과정


4년 전, 고1 담임을 했을 때였다.

입학 후 이루어진 첫 상담 때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아이가 있었다.

중학생 때까지 소위 노는 아이로서 많은 방황을 하며

선생님과 부모님 등 주변인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쳤던 이 아이는

어떠한 계기로 마음을 잡고 '은행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아이는 담배도 끊고, 주변의 노는 무리의 친구들과도 서서히 멀어지며 학급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옆에 쫓아다니며 공부에 집중하며 노력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변인들도, 꾸준히 노력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1년을 마칠 때쯤, 안타깝게도 그 아이가 기대했던 만큼의 큰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꾸준히, 변함없이 노력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매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좌절했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그런 아이를 보며 다들 안타까워하며 노력과 의지만큼은 네가 최고라며 인정해 주었다.


졸업 후 학교에 찾아온 그 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인서울 대학에 합격했다는 놀랄만한 소식을 전했다. 예전 실력으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대학교, 그것도 자신이 지망했던 경제학과에 들어간 것이다. 소감을 묻자, 그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나는 그 아이의 눈에는 확신에 가득 찬 도전정신이 가득했다.

자신을 이기고 변화를 일구어낸 성공 경험이

대학 합격이라는 결과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던 것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꺼이 동굴로 걸어 들어가서 일군 변화의 경험이

아이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 이 아이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기꺼이 동굴로 걸어 들어가 웅녀가 되자


쑥과 마늘을 선택했지만, 동굴로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당신,

동굴 안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당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껏 다이어트를 실패해 옴으로써

다이어트야말로 삶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분명 견디는 이 시간들을 통해

인생에서 더없이 커다란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하고 뛰쳐나가고 싶은 수많은 유혹을 물리친 대가로

살을 빼는 것은 덤이다.

다이어트를 통해 받아 든 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야말로

삶이 내게 주는 가장 중요한 보석 같은 대가이고 삶을 바꾸는 진리이다.


눈앞의 힘든 과정을 참아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세상 어떠한 도전도 가능한

어떤 길이든 달릴 수 있는 슈퍼카가 될 것이다.

웅녀가 되어 세상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있는

당신, 진심으로 응원한다.

변화에 대한 갈망과 강한 의지로

그 길을 걸어보자.

나 역시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주저 없이 마늘과 쑥을 껴안고 향하게 될, 

나 자신을 바꿔줄 동굴에서의 생활을 기꺼이 선택해 보자.



동굴 밖에서 분명 당신이 원하는 그 이상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의 Brooke 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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