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m Aug 24. 2023

지금, 먹는 중입니다.

집밥 일기

디저트 감로매.

수확한 청매실 중 낙과, 찰과 등 불량을  분리하고 좋은 청매실만 선별하여 세척, 물기를 제거한 다음 압착기에 작업 후 당절임을 한 절임 형태의 후식용 매실.

평소와 다르게 두어 시간 빨리 퇴근을 했다.

더 앉아 있다가는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컨디션이라 조퇴를 던지고 빠져나왔다.

보고쟁이 이사 놈은 왜 갑자기 조퇴냐며 어디 아픈 거냐며 앞으로는 미리 제출해 달라며...

구구절절한 문자와 메신으로 나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거들었다.


집으로 달려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밥 한 숟가락이 간절했다.

마침 어제저녁 삶아 놓은 달걀 10알이 고스란히 그릇에 담겨 있었고 어느새 껍질을 까서 장조림 준비를 마쳤다.

간장에 청양고추를 넣고 다시마로 감칠맛을 낸 계란 장조림은 먹기 좋은 맛으로 순식간에 완성이 된다.

집 안은 간장 끓이는 냄새로 채워졌지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사무실 공기와는 비교되지 않게 정겹다. 모처럼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모아 세탁기를 작동한다.


절친이 왔고,, 어머님 댁에서 갖고 온 채반에 반찬들을 둥글게 올려 저녁 밥상을 차린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인가 슈퍼에 들어서면 싱싱한 파인애플이 통째로 판매되고 있다.

쓰레기가 더 많아.라는 고정관념으로 매번 외면했는데 지난 주말 시원하게 갈아먹을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았고 결국 며칠이 지난 후에야 먹기 좋게 잘라 곧게 먹는다.

홍시를 갈아 내가 직접 담근 맛김치와 기름에 볶으면 향미가 살아나는 꽈리고추 볶음, 어머님표 고구마순 김치가 반찬이 된다.

어묵국을 데우는 동안 차려진 밥상을 몇 장 찍고 흐뭇해하는 동백동 며느리.


완숙 토마토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라이코펜이 체내에 더 많이 흡수되도록 한 동안 밥상에 빼놓지 않았다.

살짝 물리는 시기가 되어 홍쌍리 장인의 사이트에서 감로매를 주문하고 배송받았다.

새콤달콤의 최대치 맛에 아삭아삭 오독오독 깨지는 식감은 태어나 처음 경험해 보는 경이로움까지 끌어낸다.

한식의 식후 디저트로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매실의 장인 홍쌍리 여사는 사심 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배수관이 무엇이냐고...

사람 뱃속이라며 매실처럼 좋은 효능을 가진 식재료가 또 있겠냐면서 우리를 유혹했다.


스테로이드나 소화제처럼 지금 당장 매실의 효능이 "짠" 하고 나타나지 않겠지만 꾸준하게 먹어 볼 생각이다.

더불어 내년 여름에는 동백의 시그니처가 오이지인 것처럼 매실청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밀가루에 튀김요리에 고기 또한 풍족하게 먹는 요즘의 식생활에서 빠르게 소화를 돕고 변비를 개선해 주며 살균작용까지 해주는 알칼리 식품은 매실이 최고라고 한다.

한 알의 약으로 우리의 건강을 돕는 식품 보조제도 필요하지만 최대한 매일 먹는 집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꾸준하게 노력하고 싶다.



짭조름하고 달짝하게 졸여진 장조림 간장에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비벼 몇 숟가락 먹고 나니 위로가 따로 없다.


모처럼 이른 저녁 식사 덕분에 신대호수 한 바퀴를 돌며 만보를 채울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일상이다.

한 끼의 식사에 간단하지만 소홀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작이고 나를 돌보는 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 먹는 중입니다.



#집밥 #밥상

#가정식반찬

#청매실 #매실 #감로매

#디저트 #한식디저트 #감성에세이

작가의 이전글 무려 28c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