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저희 가족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무작정 놀러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며칠 정도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주변 관광을 할지 등에 대한 계획이었습니다. 처음 생각하던 방향은 남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주말에 일을 하고 평일에 놀러 다니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만 진행되는 행사들에 참여해야 하거나, 도심에서 많이 벗어난 곳이어서 최대한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일정들이 있었습니다. 계획이 조금씩 틀어졌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달 정도 자리 잡고 지내면 날씨 좋은 날만 움직여도 현지인처럼 장보고 관광까지 하기 충분한 일정이었습니다. 결국 날씨가 좋을 때 길가를 걷기도 하고 관광도 하면서 글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뜨면 전날 마트에서 짐을 한 바구니 사 와서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때론 써야 할 글이 너무 많은데 날씨가 계속 좋아서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특히 남프랑스에 있을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화창한 햇살과 함께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워킹 데이를 만들고 매일 새벽이나 저녁에 추가로 글을 쓰니 괜찮은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식습관의 변화
- 아무래도 해외에 오면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이 식습관일 것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식재료도 다르고 특히 서양으로 넘어오면 원하는 음식을 찾는 것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웬만한 곳에는 다 한식당이 있지만, 솔직히 제육볶음을 3만 원 주고 먹기에는 배가 너무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아시아마켓 같은 곳을 가면 고추장, 된장, 초고추장 등을 비롯해 웬만한 식재료는 다 팔았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메뉴 설명만으로 예상하지 못한 맛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아는 맛도 많이 팔았지만, 해외까지 와서 그것만 먹긴 아쉬웠습니다.
결국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금씩 입맛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조금 더 달게 먹고, 다른 나라에서는 더 짜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변화는 약간 정도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그 나라에서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것에 몰빵 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있을 때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남프랑스에 가니 고기가 너무너무 저렴했습니다. 한국의 1/3 수준도 안 되는 삼겹살 가격에 미친 듯이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 먹었던 기억이 남습니다. 또한 큰 그릇에 담고 따로 셰어 하는 문화 때문인지 엄청 큰 그릇이 많아서 세 명이서 숟가락만 들고 그 그릇에 달라붙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3. 미세먼지 굿바이
- 저는 개인적으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비염도 엄청 심해지고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미세먼지가 없는 나라에 와서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일단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비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똑같이 바다를 봐도 훨씬 더 청명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이탈리아 북부가 공장 때문에 미세먼지가 굉장히 심한 지역이었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오가다 보니, 좋은 공기의 중요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와이에 갔을 때 한번 느끼긴 했는데, 이번에 다시 같은 결과가 나오니 공기질에 대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언어에 대한 관심
- 새로운 나라에서 생기는 언어에 대한 관심은 저뿐만 아니라 제 아들에게도 굉장히 강하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공부를 하곤 했는데, 제 아들이 어느 날 기차 티켓 살 때 나오는 현지광고 음성을 그대로 따라 하더군요. 그리고 박물관 같은 데서 보는 영상 중 일부를 성대모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람 간의 소통이 되어야 하고, 현지어를 쓰면 더욱 친절해지는 느낌 때문에 더 언어에 많은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파파고, 딥엘 등을 쓰면서도 아직은 AI만 믿고 언어공부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편리하지만, 오역이 있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고사람 간의 대화에서 생기는 교감을 대체하긴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예 어학연수 겸 와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어공부하는 앱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현지에서 몇 개의 단어와 문장만 알아도 훨씬 생활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아들이 불어로 '안녕하세요, 다음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도만 해도 다들 웃음꽃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외국 아이가 어설프게 '아뇽 하세요' 하는 느낌이었겠죠?)
5. 최애의 변화
- 가장 좋아하는 것의 변화도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나라가 바뀔 때마다 변했고, 요거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남프랑스에서 만난 미모사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석회수 때문에 탄산이 발전한 유럽에서 유난히 길게 유지되는 탄산음료가 좋았고, 한국에서 못 먹어본 레몬환타에 빠졌습니다.
초코와 우유 맛을 섞어먹는 푸딩 같은 음식이 제 최애 간식이 되었고, 일본식 프랑스 요리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바다, 축제, 지역이 바뀌었고 앞으로 살고 싶은 곳도 바뀌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뜻을 정말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보이는 만큼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이 변화는 여행이 계속되고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서 계속 바뀔 것 같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변화였습니다. 참고로 제 아들도 미모사를 엄청 좋아하게 되었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6. 사용하는 앱의 변화
-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하는 앱도 달라졌습니다. 일단 앱보다 플랫폼 자체가 크게 변했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네이버가 제 삶에 미치는 비중이 굉장히 컸는데, 지금은 구글 플랫폼이 엄청난 비중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가 이렇게 편리한지 몰랐고, 정말 여행의 필수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무엇을 구매할 때 구글 연동은 무조건 되는 것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의외였던 것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기사 같이 글은 다 보이는데 네이버 TV 같은 영상은 해외에서 재생이 안되었습니다. 저작권 이슈 같기는 한데, 어차피 유튜브에 똑같은 영상이 다 나오는데 나라별로 왜 막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네이버를 통해 기사나 주식 정보를 봤기 때문에 구글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구글 비중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VPN 업체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VPN은 게임 플레이 우회를 할 때나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외국은 한국처럼 와이파이 보안이 철저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VPN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 서버에서만 보이는 티빙의 환승연애 프로그램 때문에 사용했습니다.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았는데 정리하다 보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계속 기록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