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에서 지내기 때문에 식사 후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청소를 함께하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가족들과 여행을 무사히 한 뒤, 다시 식사와 설거지를 하고 경제공부를 잠시 합니다.
그리고 다들 잠든 후에 집중해서 앞으로의 세계 여행 계획을 계속 짭니다.
시간이 나면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합니다.
제가 로또에 당첨되었거나 집이 부유해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예산을 아끼면서 여행 중입니다. 그러려면 엄청나게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나라 간 이동 해야 하고, 숙소도 계속 최대한 저렴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하지만 낭만이 가득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 와중에 매일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실제로 여행을 할 때 안전하도록 케어도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와이프와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대충'은 불가능합니다. 그 와중에 제 나름대로 꿈을 찾는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여행지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극한의 P로서, 아무 계획도 없이 일단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성격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날씨가 좋아서 제주도 여행을 가고, 목적지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여행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꼼꼼히 계획을 짜면서 여행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관광을 하고 와서 와이프와 아이가 잘 때, 저는 밤새 다음 계획을 세우면서 어떻게 더 이 시간을 알차게 채울지 검색을 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밤에 혼자 검색을 할 때 종종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서 먹고살 수 있겠지?'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여행이라는 것의 특성, 게다가 세계 여행이기 때문에 더욱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온전히 이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시간, 제한된 예산으로 다녀야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가 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그 나라에서 반드시 봐야 할 곳을 다 가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일상처럼 지내며 글도 쓰고 산책도 하기로 말입니다. 이곳에 다시 못 올 사람처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는 길을 찾으며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정말 이곳에서 일상처럼 지내며 세계 곳곳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그리고 시선과 선율로 느끼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 여행을 떠난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합니다.
가끔 또 현타가 올 때도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한 만큼 더 힘을 빼고 온전히 느끼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한국에 돌아가기 전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보단, 지금 일상을 소중히 기록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평생 그러지 못했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제가 하는 이 고민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길 희망하며, 오늘도 기록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