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까지 총 3명이서 여행을 떠나려다 보니 예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제 월급이 없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도 상당했습니다. 전세금 중 여행경비를 뺀 나머지를 주식, 채권, 예금 등에 투자했지만, 폭락하지만 않으면 다행이기 때문에 혼자서 불편한 마음을 여기에 풀어봅니다.(제가 돈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ㅠ.ㅠ)
일단 여행을 계획할 때 계산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전세금을 N억이라고 계산하고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 자본의 변동을 생각하면,
(+) 전세금 X 50% X 예금이자 0.35%
(+) 전세금 X 50% X 투자수익률?!?
(+) 아파트 관리비 및 수도세/전기세 지급 중지
(+) 자동차 관련 보험금, 세금, 주유비 등 지급 중지
(+) 아이 학원비 + 교재비 등 지급 중지
(-) 숙소비
(-) 여행경비(일상 생활비 제외)
(-) 여행자보험
(-) 월급
이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월급이 없는 것이 컸지만, 그 외에는 세계여행을 떠나는 대가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쓰는 만큼 많은 경험과 행복을 저희 가족 3명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은 교환 같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컸던 것은 아래 두 개였습니다.
(+) 전세금 X 50% X 투자수익률?!?
(-) 월급
투자 수익은 생각했던 것보다 희미한 영향을 줬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날 때마다 앞으로의 걱정 때문에 여행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들어오던 월급의 존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그동안 스치고 지나간다고 무시해서 미안하다...)
결국 월급의 큰 부재를 투자로 메우려고 하다 보니 심적 부담감이 상당했습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돈 벌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일단 전세금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투자하였습니다. 미국 채권 ETF에 일부 넣고, 유망해 보이는(나한테만???) 주식도 일부 사고, 나머지는 현금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투자가 '최대한 안전한' 투자가 절대로 아니라는 것입니다. 와이프와 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참 여행에 집중하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확실히 '월급'이라는 무기로 현대판 공노비가 되어버린 저는 밖에서는 무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나름 인정받았지만, 그 밖에서는 당장만 원도 못 버는 사람이더군요. 그래서 더욱 지금 떠나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제가 어느 정도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가 회사가 원하는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그때 이 바깥세상에 던져진다면 더욱 막막할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매를 맞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다 방법이 없어 다시 회사생활을 하다 나이 들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이 전세금을 어떻게 굴려서 다시 여행을 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머리게 가득합니다. 투자라는 것이 마음이 급하면 안 되는 것은 알기 때문에 최대한 차분하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성인(聖人)이겠죠.
그렇게 오늘도 알람을 맞춰 한국장이 시작되는 새벽에 일어납니다.(시차 8시간...) 부디오늘 장은 푹 잠을 잘 수 있도록 붉은색이가득하길 바라며 잠에 듭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죠. 파란 비가 내려와~!
새로운 것을 해낼 수 있도록 글도 쓰고, AI 공부도 하고 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긴 쉽지 않습니다. 주식도 파란색이고 날씨도 흐린 어느 날에 답답함을 여기에나마 풀어봅니다. 정확한 주식명을 쓸 수 없는 것은... 와이프와 공동 매거진을 쓰고 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