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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스터 Mar 29. 2024

회사 밖은 춥습니다. 하지만 견딜만합니다.



세계여행을 떠난 지 2달이 넘었습니다.


직장상사 분의 엄청난 배려 덕분에 휴직 상태로 떠날 수 있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 따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휴직을 끝내고 퇴사처리를 밣는 중이고 이번달 말에는 완료될 듯합니다.


사실 여행을 떠나면서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지 아닐지 고민이었고, 이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인수인계도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하고 책상정리도 마치고 왔습니다.




회사 밖은 확실히 춥습니다.


세계여행 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돈 들어가는 데는 많고 수입이 없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 글을 쓰고, 유튜브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일을 찾아 꾸준히 하고 있지만, 당장 수입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도 당장 변화가 없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머물 집도 없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나름 인정받는 사원이었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나오니까 바보 멍청이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무능력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예상한 바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평생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잘 사용될 수 있는 도구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쓸만한 도구로 인정받지만, 나이 들어서 쓸모가 없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삶을 계획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너무 힘들 테니 하루라도 젊을 때 그 과정을 겪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한 생각이 맞다는 확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겪는다고 결코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름 생각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서도 이것이 맞는 길인가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는 재미있게 했다가, 다음 날에는 내가 이걸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회가 없다고 춥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세계여행을 떠나온 목적은 90% 이상 달성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딱 좋은 시점에 꼭 필요한 여행을 떠나온 것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금을 까먹으면서 떠나서인지 본능적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아내와 아들이 원할만한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정신 차리고, 더 어릴 때부터 노력했다면 지금쯤 여유롭게 세계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좀 더 비싼 음식도 사주고 싶었고, 고가의 공연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짐 때문에 한정된 옷으로만 여행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쁘고 멋진 옷도 잔뜩 가지고 오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결심이 섰습니다.


같은 후회를 10년 후에 다시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세계를 돌아보고 내린 결정을 10년 뒤에 여전히 이루지 못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 것 같았습니다.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계속 알이 깨질 때까지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쩌면 아예 새로운 길로 나가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손석희 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37살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고 해외로 공부하러 떠났다고 하시더군요. 저와 비슷한 나이고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10년 뒤에 떠나는 건 더 힘들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견딜만합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변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괴롭고 힘들지만,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사업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투자 공부를 하고 AI툴 공부를 통해 영상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춥습니다. 확실히 시스템 밖을 벗어나 무언가를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 자영업, 소상공인 분들이 다 너무 대단해 보입니다. 그래도 당장 돈벌이를 바로 시작하지 않는 것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평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기점이 바로 지금인 듯합니다.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로키>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면 어떤 행동을 통해 다양한 멀티버스(Multi-verse)가 발생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중 하나가 포기하고 다시 기존에 살던 삶을 사는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는 제가 발휘해보지 못한 능력을 200% 꼭 발휘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성향이 맞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제 아들이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성공을 하던 못하던 아들에게 시행착오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또 하루 도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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