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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스터 Jun 08. 2024

세계 여행에 대한 기대와 실제



세계여행을 떠난지도 벌써 5달이 지났습니다.


30대가 지나고 40대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빨라지던 시간이 유난히 천천히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간이었습니다. 이미 지구 바퀴를 돌았고,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여행을 다닐지 고민하는 와중에 세계 여행을 떠나기 가졌던 기대와 실제의 간극을 적어봅니다.




<낭만이 가득한 여행>


제가 상상하던 세계여행은 꽤 낭만이 가득한 무언가였습니다. 물론 한달 살기에 가까운 여행이고, 매일 놀러다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일상에 가까울 것은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 집 앞에만 나가도 낭만이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낯설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는 순간들은 꽤 낭만적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간 프랑스식 건물 앞에 펼쳐진 니스 광장과 자갈 소리가 들리는 니스 앞 바다. 오스트리아에서 동네 공원처럼 방문한 벨베데르 궁전과 거리의 공연자 등. 낭만이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한 세계 여행의 낭만이 100이라면, 실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60 정도에 가까웠습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라는 것은 그만큼 안전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 나라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행동에 생각보다 많이 신경 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일주일 정도 방문한 여행이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행에만 집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달 정도 산다는 것은 이웃이나 자주 가는 가게 주인이나 마트 직원이 저를 알아본 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관계에 신경 써야한다는 말과 같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여행이나 부부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조금 더 편했겠지만,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신경 써야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것은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맛의 향연이 가득한 식도락>


제가 두 번째로 기대했던 세계여행의 묘미는 바로 식도락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시도해보고, 그 나라에서 자랑하는 재료나 음식을 시도해보는 여행. 같은 음식이라도 한국과 본토의 맛을 비교하는 재미 등이 제가 꿈꾸던 세계여행의 묘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한 기대가 종종 찾아왔고 그 순간들은 꽤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여행 중 확실히 깨달은 것은 식습관이나 음식은 그 나라의 환경에 따라 발전했고 그것이 전파되지 않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서양인들의 경우 저희만큼 김을 제대로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입맛에 극상의 맛을 선물하는 재료도 동양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단순히 입맛의 차이가 아니라 몸 자체에서 거부하는 식재료 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못 먹는 것을 넘어, 몸에서 소화시키기 버겁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료가 무엇인지 파악만 한다면, 식도락의 재미는 정말 세계여행의 가장 큰 묘미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한국 재료를 사는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괜찮았을 것일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일 동안 현지식을 먹고 하루는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으면 중화가 된달까요?




<숨겨진 보석들>


여행 전에 기대했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숨겨진 보석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꽤 긴 시간동안 해외에 머물 예정이고, 왠만하면 유명한 관광지는 짧게만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찾는 아름다운 곳을 찾고자 하는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세계여행의 가장 큰 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나오지 않지만, 구글 지도를 통해 찾아간 작은 식당 혹은 카페. 현지인조차 잘 찾아오지 않는 고풍스럽고 조용한 도서관. 여의도 공원보다 큰 동네 앞 공원에서 발견한 수많은 꽃과 나무들.


어쩌면 누리는 사람만 누리는 호사를 세계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주택가를 걸으며 구경하는 그들의 정원에 새겨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구경하는 재미, 하와이에서 해변을 걷다가 바다거북이가 자주 오는 스팟을 우연히 찾아내 며칠동안 인사했던 기억, 덴마크 교회에서 열리는 지역 커뮤니티 점심을 찾아낸 재미 등.


어쩌면 나이들어서 기억에 남을 순간들은 관광지보다 이런 곳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세계여행은 꿈처럼 달지도 현실처럼 쓰지도 않은 무언가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 자체가 세계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불편함과 황홀함 사이 위치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만약 세계여행을 꿈꾸고 계신다면, 씁쓸함 뒤에 달콤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이 오는 오미자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먹을 때는 이게 무슨 맛인지 잘 모르지만, 상큼한 맛이 언젠가 또 생각나고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P.S 세계여행 전 기대했던 것 중에 가장 확실했던 사실은, 미세먼지가 없는 곳에선 비염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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