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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인형 Jul 09. 2024

생활체육인이 된 백수

(2) 헬스장으로 출근 중 

헬스장을 가면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이 가득한 것 처럼 보인다. 

모두 이 곳에 익숙해보이는데 나만 이방인처럼 느껴진달까. 꼭 새로 입사한 기분이다.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운동을 할 때도 남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나라는 존재에는 1도 신경쓰지 않고 본인의 성장에 열중해 있을텐데 괜한 자격지심일 것이다. 


 내가 다니던 첫 헬스장은 "스포츠센터"에 있는 gym이었다. 소위 말하는 "헬창"분들 보다는 "어머님"들이 훨씬 많은 곳이었다. 특히 나는 오전 7~8시 사이에 센터를 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고 취미로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시간이었다. 

 운동과 수영을 한 곳에서 하며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센터로 출근을 하다보니 익숙한 분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날 때쯤, 어머님들 특유의 붙임성으로 말을 걸기 시작하셨다. 물론 샤워장에서. 

처음에는 샤워장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스몰톡을 하는 것이 꽤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먼저 인사를 하는 뻔뻔함도 생겼다. 

 지금은 종종 여행을 가느라 수업을 잠시 빠졌다가 나타나면 "왜 이렇게 오지 않았냐", "오늘따라 열심히 하네" 등등 안부도 챙겨주신다. 회사생활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생각보다 하루에 입을 열 일이 별로 없다. 어머님들 덕분에 내 입에 거미줄을 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 나와 함께 시작하신 어머님이 계셨다. 아무래도 조금 더 젊은 내가 성장 속도가 더 빨랐고 레인의 끝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으면 본인은 물에 잘 뜨지 않는다며 부러워하셨다. 

그리고 현재, 그 분이 나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도를 빼고 계시다. 


 나는 3월부터 여행을 간다고 한달에 1~2주는 꼭 수업을 빠졌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샤워하기가 싫어 최대한 빠르게 연습을 끝냈다면 어머님께서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한번 더 연습을 하고 수업을 마무리 하셨다. 한달간의 장기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아직 시작도 못한 접영을 그분이 하고 계신 것을 보며 꾸준함이 중요하구나를 한번 깨달았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점은 칭찬해줄 일이 아닐까. 

오늘부터는 나도 접영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스스로 물고문을 하는 느낌이 들지만 언젠까는 멋있게 유영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평소에 잘 하지않던 마무리 연습까지 하자 어머님께서 "오늘 왜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하셨다. 내가 대충하는게 어머님 눈에도 보였었구나. 어머님을 따라 잡을 그날까지, 그리고 자신있게 수영을 할 수 있는 날까지 화이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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