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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Dec 28. 2022

시를 읽는 듯 젖어드는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2017년에 개봉된 이 영화를 얼마전 볼 때까지만 해도 일본어를 겨우 조금 읽을 줄 아는 나는 혼자  멋대로 ‘아나타노 나마에와’로 읽곤 했었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에야 제대로 들렸다. 어? 아나타가 아니라 키미, 나마에(라고 할 때도 있었지만)가 아니라 나라고 하네?

아나타와 키미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고 한다. 아나타가 조금 더 정중하다면 키미는 보다 친근한 사이에 쓰는 2인칭대명사로 보인다.


영화 스토리는 독특하다. 단조로운 시골에서의 삶을 지겨워하는 미츠하와 도쿄 고등학생 타키는 어느 순간 몸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끔씩 생기는 이 놀라운 상황에서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그러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둘의 몸이 바뀌는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자 의문을 가진 타키가 미츠하를 찾아나서고 곧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소중한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간절함을 담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스토리만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살짝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펼쳐지는 영상에서 장면장면의 영상미를 따라가다보면 정신을 잃듯이 홀려버려 스토리의 앞뒤를 생각하기보다 순간의 정서에 빨려들어간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특별함이 있다.


운명적인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간절함,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절박감 등이 영상으로 이렇게나 잘 표현될 수 있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건 우리네 일상의 표현이다. <너의 이름은>도 그렇고 15년 전 <초속 5센티미터>도 그렇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자면 아침 일어날 때 창으로 스며 들어오는 햇살에서부터 내 책상 위의수첩,볼펜, 그리고 학교혹은 회사에가기 위해 나서는 길들까지 우리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인가 싶어진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시가 아닌가 싶을 만큼 예쁜 영화 <너의 이름은>은 의외로 <날씨의 아이>(2019), 스즈메의 문단속(2022, 한국 2023 개봉예정) 과 함께 일본의 재난을 다룬 3부작의 첫작품이다. 아름다운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재난이 영화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또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감독의 시선이 따뜻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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