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가 교회 오빠, 아니 나이 좀 많은 교회 오빠를 소개시켜주었다. 나도 코로나 터지기 전에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지난 7년간은 새벽기도, 저녁에배 포함해서 거의 매일 교회에 갔던 것 같다. 주일은 목숨처럼 지켰다.
작년 한해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모든 예배가 온라인로 변경이 되었다. 교회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사실이었던가. 예배와 점점 멀어졌다.
그 즈음에 기독교 서적이 아닌 다양한 영성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영성가 디펙 초프라, 바이런 케이티, 에크하르트 톨레, 마이클 싱어, 데이비드 호킨스, 법륜스님, 법상스님등을 만나며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이 기독교의 것이랑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기독교보다 더 관점이 넓고, 포용적이고 지혜롭다고 느껴졌다. 오랜 시간 기독교인으로써 풀지 못했던 마음의 의문들을 불교 법문을 들으면서 저절로 풀어지고 치유된 것도 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생각이 되었다면, 불교는 삶의 고통을 끊어내는 지혜의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였다. 나의 꿈은 권사님이 되어서 교회에서 김치 담그며 평생 봉사하며 사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그 꿈은 무산되었다. 이것이 나에게 코로나 이펙트이다.
내 안에 하나님이 나를 교회에서 밀어내신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공간 안에서 욕심과 편협함을 키우고 있는 나를 떠밀어서 더 큰 세상을 보게 하시려고. 더 많은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라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그렇게 지내다가, 일요일날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교회오빠를 소개받았다. 그가 나에게 예배를 드렸냐고 물어보았다. 코로나 이후로 교회를 안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뜸 "실망이네요" 라고 나에게 말했다. 초면에.
'아, 내가 실망을 주었구나... 그런데 꼭 대놓고 이야기 해야하나? 주선자에게서 내가 교회를 다닌다고 듣고 나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꼭 실망할 일인가? 종교가 다르면 사람도 아닌가?'
그 순간, 속으로 머리를 탁쳤다. '아, 내가 그랬지.' 지난 날에 내가 그랬다.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보고 실망하고, 별볼일 없어하고, 나와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분의 형님이 목사님이라고 했다. 내가 한 술 더 떠서 '요즘 불교 법문 듣고 있어요.' 라고 했다. 그분은 웃고 있긴 했지만, 이제 연락 안올것 같다.
비롯 이번 소개팅은 물건너 갔지만, 너무나 감사하다. 코로나가 내 시야를, 관점을 넓혀 주었다. 이제는 종교의 시대를 뛰어넘어 영성의 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것일까? 어찌돼었든, 나는 분명히 안다. 내 안에 하나님이, 신이 계시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 어떤 종교의 틀 속에 갇혀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 안에 신이 있음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