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네가 옆 동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동생 부부는 10살 아들과 6살 딸이 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답게 활동력이 왕성하다. 집 안에서 뛰어다니지 말라고 해도 그때뿐이다. 그전 아파트에서는 다행히 밑에 층에서 별말이 없었다고 한다. 동생 말로는 그 집도 아이를 키우는지라 이해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이사를 가고 나서 생겼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밑에 집에 피해가 간 모양이다. 이사한 지 한 달째인 오늘 일이 벌어졌다.
아침부터 밑에 집에서 동생 집까지 다 들릴 정도로 TV 볼륨을 크게 틀어 놓았다고 한다. 총소리며 싸우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서 동생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생은 바로 상황 판단을 했다. 이건 복수다. 예전 집에서 편하게 살아서 층간 소음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밑에 집에서 화가 난 거란 생각이 들었단다. 동생은 밑에 집에 내려가서 "우리 애들이 너무 시끄럽게 했지요? 앞으로 조심할게요."라고 하니 그분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올라오니 조용해졌다고 한다.
동생은 나에게 전화해서 계속 무서웠다고 했다. 요즘 층간 소음 때문에 발생한 흉악한 뉴스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동생은 조금 아쉬워했다. 층간 소음을 일으킨 것은 잘못이긴 하지만, 관리실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굳이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냐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내 마음 같을 순 없으니까.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동생은 아이들용 층간 소음 방지 슬리퍼를 구입하고, 설날에는 밑에 집에 선물도 줄 거라고 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고개 숙일 일이 이렇게 종종 생기는 것 같다.
요즘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나는 동생에게 "자꾸 너에게 두려운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두려운 일 일어나지 않게 감정을 풀어주는 명상을 해봐."라고 했다. 동생 내외가 주식으로 돈과 집을 날리는 등 좀 안 좋은 일이 많았기 때문에 살짝 말을 건넸다. 동생은 바로 "두려운 일이 일어나면 안 돼?"라고 대답했다. 순간 멈 짓 했다.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았다. '두려운 일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리곤 내가 '두려운 일'을 '나쁜 것'으로 분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두려운 일'은 나쁜 것인가? 나는 평생 '두려운 일'을 없애려 했고, 회피했고 저항하고 분별했다.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 세상은 두려움도 느끼고 사랑도 느끼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세상인데. 두려움이 있어야 사랑이란 감정도 존재하는 것인데 나는 한쪽에만 집착했다. 두려운 일들은 인생에 고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 고통으로 인해 성장할 수도 있다. 두려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동생은 어쩌면 나보다 더 용감할지도 모른다. 아니 더 용감하다. 그러니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사는 거겠지. 겁쟁이인 나는 결혼도, 애를 낳는 것도 두렵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동생 덕분에 두려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