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백건우와 슈만>
드넓은 무대 한가운데, 뜨거운 조명을 견디고 있는 피아노 가까이 그가 걸어왔다. 순백의 터틀넥 니트에 슈트를 갖춰 입은 그의 발걸음은 마치 오랜 시간 자신이 천착한 음악가에게 다가서는 것 같았다.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그는 쏟아지는 관객의 환호와 박수갈채와는 대조적으로 무던한 반응을 보였고, 뜨거운 앙코르 요청에 몇 번을 백스테이지를 들락거리며 인사를 하다 손으로 숫자 ‘7’을 보여주며 자신에게는 아직 남은 연주가 많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그 유명한 수식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퍼포먼스를 위한 예술가가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예술가.
*경기아트센터 매거진 [예술과만남] 2020 10/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