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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Jul 11. 2022

'마기꾼' 기준은 누가 정하나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는 시기에

화장품 매출이 급증했다는 기사를 봤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마스크 벗은 얼굴에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심리도 한 몫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다.

우리 집에서 그 마기꾼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가 학교 구강검진 일정을 얘기하며

자신은 검사를 안 받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치아관리 잘할 것이고

문제 생기면 치과도 잘 가겠다며

결론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통보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치아 검진이 처음도 아니고

학교에서 무료로 검진해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됐다.


“치료받는 게 아니라 검사만 받는 건데

당연히 해야지. 그냥 받아라.”

단호하게 답하자 아이는

“아니…”를 계속 중얼거리며 이유를 찾는 듯하더니

아빠한테  관련 서류를 내밀며

안 받는 걸로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신랑 역시 치과 검진할 때가 됐다며

진짜 안 받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마스크 벗고 검사해야 하니 받기 싫다고 하더니

그 정도 기본검진은 받아도 된다는 말에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자기는 마스크 쓰면 예쁘다는 말 듣는다며

검사하다가 친구들이 얼굴 보고 실망해서

마기꾼이라고 할까 봐 겁이 난단다.


화장하는 얼굴도 아닌데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였다.

“너희 밥 먹을 때 마스크 벗은 얼굴 다 봤잖아.

전부터 얼굴 아는 친구들도 있고

누가 네 얼굴만 쳐다보겠어? 자기 검사하느라 바쁘지.”

하지만 아이는 진짜인지 연기인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떠올리며

정말 큰 일이라도 날 듯 절대 못 받겠다고

떼쓰기 시작했다.


신랑은 인터넷에 떠도는 마기꾼의 예를 보여주며

이렇게 반전 얼굴일 때 쓰는 말이라고

너는 정말 평범하다. 그런 걱정을 하는 거 보니까

공주병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대처했다.

그래도 아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기꾼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영국의 한 대학 연구결과

우리 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상상해서 전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서 같은 얼굴이라도 마스크를 썼을 때

더 호기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검진을 희망하지 않는다

종이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며칠  

집에서 아이의 충치를 발견해  동네 치과를 아갔다.

아이는 친구들이 없어서 그랬는지 

편안하게 치료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아이 말을 듣기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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