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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Jun 15. 2022

‘인싸’ 되려다 친구 놓친 절절한 사연

최근 사춘기 딸과의 대화는 주로 ‘친구관계'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과 아침식사 시간은

자기를 서운하게 했던 친구와

친구의 프로필 사진 이야기,

간밤에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며

친구들의 일상을 파악하고

오늘 학교에 가면 벌어질 사건을 예측하며

긴긴 사연을 풀어놓는다.


듣다 보면 여자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서도 감정이 상하고

말 한마디에 풀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조언하기가 어렵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에피소드인데

당사자에게는 학교 가기 싫거나 두려울 만큼

심각한 문제일 테니 작은 소동이라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 특징을 보였는데

친구와 갈등을 이야기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 캐릭터를 파악하려고 물었는데

매번 다른 아이와 문제가 생긴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잠을 자려는데, 아이가 눈물을 보이며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든다며 울먹였다.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4명씩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하라고 했는데,

자기만 그룹에 못 들어가고 남게 됐단다.

아이는 그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평소 모든 친구들이랑 친하다고 했던 자신했던 아이.

스스로 인기가 많다며 즐거워하기도 했었는데…

나 역시 믿기지 않았다. 상황을 들어보니

"우리 반은 여자가 13명이란 말이야. 그래서 한 조는

5명이 될 수밖에 없은데 내가 친한 A 친구한테

껴달라고 했더니, 그 조에 다른 B 친구가 나보고...."

말을 잇던 아이는 당시 설움이 생각났는지

울음을 쏟아냈다.

"선생님이 왜 너희 조는 5명이냐고 물어보셨는데

B 친구가 내가 껴달라고 해서

억지로 끼어줬다고 말하는 거야.”


평소에도 말투나 분위기에 민감한 아이인데

혼자 남아 창피한 그 순간,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거라는 B 친구의 말에

2차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나 역시 그 상황이 머릿속에 상상이 돼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친한 친구 많다더니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너무 여러 사람이랑 잘 지내고 한 거 아냐?

친한 짝꿍없어?”

아이가 답했다.

모두와 잘 지내는 '인싸'가 되고 싶었다고.

그렇게 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 절친이 없었던 것이다.


며칠 뒤, 아이는 영어수업을 앞두고

그룹 활동하면 어쩌냐고 괴로워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아이의 속상함을

달래주지 못하고 짜증을 냈다.

당황하고 겁먹을 아이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 모습이 싫었던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좀 더 성숙한 태도를 보였어야 하는데...

나의 부족함을 대면한 것 같아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도 딸도 불편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남편과 아이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하고

만약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과 면담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모르는 학교 내 갈등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다행그룹 활동은  넘어갔고 아이는 평화를 되찾았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고요함이지만

편안하게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참 많은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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