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는 시기에
화장품 매출이 급증했다는 기사를 봤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마스크 벗은 얼굴에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심리도 한 몫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다.
우리 집에서 그 마기꾼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가 학교 구강검진 일정을 얘기하며
자신은 검사를 안 받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치아관리 잘할 것이고
문제 생기면 치과도 잘 가겠다며
결론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통보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치아 검진이 처음도 아니고
학교에서 무료로 검진해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됐다.
“치료받는 게 아니라 검사만 받는 건데
당연히 해야지. 그냥 받아라.”
단호하게 답하자 아이는
“아니…”를 계속 중얼거리며 이유를 찾는 듯하더니
아빠한테 관련 서류를 내밀며
안 받는 걸로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신랑 역시 치과 검진할 때가 됐다며
진짜 안 받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마스크 벗고 검사해야 하니 받기 싫다고 하더니
그 정도 기본검진은 받아도 된다는 말에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자기는 마스크 쓰면 예쁘다는 말 듣는다며
검사하다가 친구들이 얼굴 보고 실망해서
마기꾼이라고 할까 봐 겁이 난단다.
화장하는 얼굴도 아닌데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였다.
“너희 밥 먹을 때 마스크 벗은 얼굴 다 봤잖아.
전부터 얼굴 아는 친구들도 있고
누가 네 얼굴만 쳐다보겠어? 자기 검사하느라 바쁘지.”
하지만 아이는 진짜인지 연기인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떠올리며
정말 큰 일이라도 날 듯 절대 못 받겠다고
떼쓰기 시작했다.
신랑은 인터넷에 떠도는 마기꾼의 예를 보여주며
이렇게 반전 얼굴일 때 쓰는 말이라고
너는 정말 평범하다. 그런 걱정을 하는 거 보니까
공주병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대처했다.
그래도 아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기꾼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영국의 한 대학 연구결과
우리 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상상해서 전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서 같은 얼굴이라도 마스크를 썼을 때
더 호기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검진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종이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집에서 아이의 충치를 발견해 동네 치과를 찾아갔다.
아이는 친구들이 없어서 그랬는지
편안하게 치료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아이 말을 듣기 잘한 일이다.